[이사람]최호식 에코포유 대표

 ‘사관학교 졸업, 육군 대위, 파일럿, IT업체 마케팅 팀장…’

몇 개를 추려 나열하기에도 숨이 가쁜 이 사람의 현재 직업은 뭘까? 전직 파일럿이자 육군 대위, 최호식 에코포유 대표의 현재 직업은 음식물처리기업체 사장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다보니 프로필이 길어졌단다.

“아침 출근길에 부인이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라고 봉투를 주는데 그런 고역이 없었습니다. 냄새 나죠, 국물은 뚝뚝 떨어지죠. 음식물 쓰레기 처리해주는 제품을 만들면 이런 짓 안해도 되겠다 싶어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음식물처리기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람치고 너무 뻔한 답이다. 하지만 그는 뻔하기 때문에 그 고충과 욕구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2002년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에코포유를 만들었다. 빠른 시간에 음식물을 처리하고, 처리된 잔존물의 부피는 가급적 줄이기 위해 분쇄건조가 가장 탁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엔지니어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직원이 특허를 주장하며 회사를 나가는 통에 사업 좌초 위기를 겪었다. 생각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제품을 분해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엔지니어가 다 됐다.

2005년, 개발을 시작하고 4년이 지나서야 분쇄건조방식의 싱크대 부착형 음식물처리기 ‘매직싱크’를 내놨다. 싱크대에 배수구에 음식물을 바로 버리고, 쓰레기를 10분의 1로 줄여주는 이 제품은 7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팔려나갔다. 이후 개선된 제품 ‘네오 매직싱크’도 톡톡히 입소문을 타며 사용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꾸려 ‘매직 폐인’을 자처했다. 올해 여름에는 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독립형 제품 ‘이브(EVE)’를 출시했다. 항아리 모양의 감각적인 디자인에 음성 인식 기능, 최소 1시간이면 음식물을 처리해주는 성능을 자랑한다. 이번 달부터 백화점, 양판점으로 유통망을 넓힌 이브는 곧 일본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수출 길에도 오를 예정이다.

최근 음식물처리기 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능, 과다한 전기료 등으로 지상파 소비자 불만 프로그램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올해야 말로 음식물처리기 시장 확대의 원년’을 부르짖던 대다수 음식물처리기 업체가 조용해졌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오히려 “기회가 왔으니 열심히하는 것만 남았다”는 말을 한다. “소비자들은 똑똑합니다. 초기 온풍 건조 방식의 제품이 저렴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소비자의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서서히 소비자들이 성능이 월등한 분쇄 건조식에 눈을 돌리고 있으니 제대로된 제품으로 충분히 해볼만한 기회입니다.”

누구나 가시밭 길을 걸으며 사업을 한다고 한다. 독특한 이력의 최호식 대표는 그저 하고 싶은 걸 해왔다고 말한다. 온풍 건조가 압도적인 음식물처리기 시장에서 아직은 독특한, 분쇄건조방식의 이브로 그가 어떤 승부를 펼칠지 기대되는 이유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