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비행으로 치솟던 국제 유가가 진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제였던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않아 아직 안도의 한숨을 놓기에는 이르다. 게다가 여전히 지속적인 고유가 압박에 글로벌과 국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며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소비경기 체감지수가 통계치 작성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중소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 하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축적된 경영 노하우와 전문 역량의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기업은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위기 극복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09년 IT 분야 연구개발(R&D) 지원 감축안으로 인해 업계는 살얼음판에 서 있는 형국이다. 기업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R&D 투자는 중요한데, 이를 긴축한다고 하니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및 벤처의 생존은 위태롭기만 하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린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며 산업 분야에서는 ‘그린IT’ 기반의 친환경 이슈가 새로운 생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PC 업계에서 시작된 ‘그린컴퓨팅’은 제조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고 전 세계 에너지와 자원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됐으며 현재는 ‘그린IT’로 진화해 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물질 방출을 IT를 활용, 예방하자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저전력을 활용한 최소한의 에너지 방출, 사무기기의 라이프 사이클 증가 등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통해 그린IT의 궁극적인 목적이 에너지 절감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의 그린 이슈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재활용 부문이다. 무심코 버려지는 폐기 제품을 회수하고, 재질별 분류 작업을 거쳐 재사용과 재활용하는 것도 그린IT로 명명돼야 할 것이다.
사무 환경 속의 다양한 출력기기를 활용해 손쉽게 친환경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그린IT의 장점이다. 에너지스타 인증시스템이 등록된 제품을 구매하거나 통합 문서관리 솔루션을 도입함으로써 출력 비용을 아끼는 것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최적화해 에너지 방출은 줄이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명이 다한 장비와 카트리지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린IT 실행이 가능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전력 감소와 대체 소재 개발 전략만으로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그린IT는 하나의 예시일 뿐, 명확한 목표 설정 없이 기업을 모방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에 중소기업은 자사의 핵심 역량에 맞춘 그린IT의 방향성을 새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한 기업을 벤치마킹할 때 필요한 절차를 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공요인과 핵심 프로세스를 분석해 목표를 설정하고, 자사의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평가 기준에 따라 분류된 차이점을 분석하고 이를 적용해 실현한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생산성 향상과 업무 효율 성과를 높였다면 비로소 벤치마킹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구조의 악순환과 경영 혁신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성공 스토리를 구축한 기업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린IT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벤치마킹 없는 무조건적인 ‘따라 하기’는 옳지 않다. 발상의 전환으로 고정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혁신은 우리 주변에서부터 가능하다. 정영학 한국렉스마크 대표 chung@lexm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