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선 `잠자는 주파수` 제값에 사고 판다

 미국의 통신 서비스 업체인 ‘스페이스데이터’는 농촌 지역에서 매일 지름 2m짜리 고무 풍선을 하늘로 띄운다. 지역이 넓은 시골에서 값비싼 송신탑 대신 풍선을 무선송신탑으로 활용하는 것. 이 회사 제리 코블라 사장은 최근 농촌 지역 서비스가 성공하면서 도시 지역을 커버하는 노는 주파수의 처리를 놓고 고민해오다 적임자를 만났다. 바로 잠자고 있는 라디오 주파수 대역 매매를 중개해주는 온라인 사이트 ‘스펙트럼 브릿지’다.

◇연중 무휴, 주파수 ‘2차 시장’=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정기적으로 경매를 통해 라디오 주파수를 분배하지만 주요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사업자 몫으로 할당된다. 이들 주파수 중 상당 대역이 특정 시점에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공공기관이나 대학, 소규모 통신사업자들은 항상 주파수에 목말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FCC로부터 허가받은 주파수를 비공식적으로 팔고 사는 이른바 ‘2차 시장’에서 주파수 거래가 활발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스프린트넥스텔 등 대형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대학·종교방송 등 적은 대역의 주파수를 보유한 단체·기업들로부터 일상적으로 ‘자투리(slice)’ 주파수를 사들이고 있다. 클리어와이어와 같은 무선 인터넷 벤처기업들도 2차 시장에서 주파수를 사 모으는 단골 손님이다. 공공안전을 책임지는 기관들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잠자는 주파수, 제 값에 판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들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파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고팔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간꾼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주부터 영업을 개시한 스펙트럼브릿지가 ‘스펙엑스닷컴(SpecEx.com)’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선 통신용으로 허가받은 주파수를 팔거나 사기를 희망하는 사업자들을 연계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업 초기에 이 회사가 보유한 주파수만 2억5000만 달러 어치이다.

이미 2차 시장에서 유휴 주파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래의 효율성 때문이다. 릭 로톤도 스펙트럼브릿지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비공식적인 2차 시장에서 판매자들은 주파수의 정확한 가치를 잴 수 없을 뿐더러 구매자들도 잠재적인 판매자를 찾기 어렵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흡사 부동산 매매 사이트처럼 온라인 상에 매입 가능한 주파수를 등재함으로써 거래가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4명의 전직 모토로라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진과 케빈마틴 FCC 의장이 이사진으로 있는 ‘통신개발기금’이 후원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성공 확신= 스펙트럼브릿지가 등장하기 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캔터피츠제럴드’가 충분한 거래자를 모집하는데 실패한 것과 달리 스펙트럼브릿지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우선 FCC도 이 회사의 사업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FCC 대변인은 “케빈 마틴 의장이 평소에 공식 경매 외에 비공식적 주파수 거래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스펙트럼브릿지의 주파수 사업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커스홀딩스의 스티브 마커스 사장은 “2000만 달러 가치의 주파수를 공공 기관이나 설비 업체 등에 팔아넘기기보다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며 “직접 구매자를 찾아나설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