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야 놀자](6) 여우(전파) 사냥꾼들- `햄`이 통신 강국 밑거름

 한 때 서바이벌 게임이 유행했다. 페인트총으로 무장한 팀들이 적군과 아군으로 나눠, 전투를 벌이는 레포츠다.

 총알을 피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덩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이내 얼굴은 흙과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신입사원 교육에 단골프로그램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전파를 매개체로 산과 들판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을 아시나요. 아마추어 무선 동호인들이즐기는 전파찾기 게임이 그것이다. 경기 진행 방식이 여우를 사냥하는 것과 비슷해 일명 여우사냥(Fox Hunting)이라고 불린다.

 게임의 방식은 주어진 시간에 산과 들판에 숨겨져 있는 전파 발신기를 상대보다 빨리 찾는 것이다. 안테나와 나침반을 이용해 매복해 있는 게릴라(전파 발신기)를 찾는다.

 여우사냥은 정지해 있는 적군과 전투를 벌인다는 점에서 서바이벌 게임과 성격이 다르다. 서바이벌 게임이 보병 간의 전투라면, 여우사냥은 적진 깊숙이 침투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전을 연상케 한다. 즉 여우사냥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만큼 높은 지구력을 요구한다.

 또 상당한 노하우와 경험 및 지식을 필요로 한다.

 전파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찾는 비결은 간단하다.

 5개의 전파 발신기에서 송신되는 모르스 부호를 지향성 안테나와 지도 나침반 등을 사용해 찾는 것이다.귀에 낀 헤드폰은 소리의 진원지 파악에 사용된다. 손에 쥐어진 초단파(VHF) 및 단파(HF) 안테나는 여우가 꼭꼭 숨어 있는 장소를 찾는 데 이용된다. 모르스 부호를 탐지하는 데 사용되는 주파수는 일반적으로 144 Mhz와 3.5 Mhz 등 2가지가 사용된다.

 때마침, 지난 주 한국에서 전세계인들이 참석하는 여우사냥 게임(ARDF)이 열렸다. ARDF는 아마추어 전파 방향 탐지 대회(Amateur Radio Direction Finding)의 약자로, 2년에한 번씩 열리는 세계 전파인들의 축제다. 국내 개최는 처음이었다.

 여우사냥에 참가한 10대부터 백발의 장년층들은 전파를 찾는 사람들 경기도 화성의 들판을 누비면서 땀을 흘렸다. 적게는 5km, 많게는 7km를 뛰다보니 유니폼은 땀으로 흥건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참가한 450명의 무선통신사들이 참가했다. 총 18개의 금메달은 주인을 찾았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무엇을 찾는 성격의 모임명이 많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등등.. 전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아마추어 무선햄(HAM)이 그것이다.

 무선햄의 매력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전 세계인과 친구가 될 수있는 것이다. 물론 무선햄이 생소했던 70∼80년대에는 간첩으로 오인받기 딱 좋은 위험(?)한 취미 활동이었다. 지금은 대중화가 많이 됐다. 무선햄은 190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300만국 이상이 등록돼 있다.

 2008년 4월 18일 오전 10시 35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고 있던 우주인 이소연씨가 전국에서 선발된 15명의 청소년과 대화를 나눴다. 청소년들은 “우주에 가지고 간 물건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이소연씨의 답변을 듣기도 했다. 전파를사랑하는 사람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