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도널드 노먼 교수는 “기술은 충분히 발전했다. 이제는 디자인과 브랜드 등 감성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디자인은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인간 심정까지도 고려하는 고도의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은 디자인 역량이 클수록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매출이 빨리 증가하며 브랜드 가치도 높은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외국에서 더 각광받고 있는 모 기업의 초콜릿폰 성공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며 금년 말에는 PC 같은 스마트폰이 나오고 외국에서는 향기나는 휴대폰까지 개발되고 있다 하니 새로운 개발에는 한계는 없다. 도시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의 도시 파리를 연상시키는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등 수없이 많다. 서울은 작년 10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고 올 10월에는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고 매력적이며 살고 싶은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서울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이 제품생산이나 도시의 변화를 도모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디자인의 육성에 대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수한 인력 양성과 확보에 노력하자. 루이비통 같은 제품도 세계적인 다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를 스카우트해 기존의 고전적 이미지를 밝고 젊은 이미지로 바꿔 매출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국내에서도 우수한 인력 확보와 양성을 위해 모 회사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스쿨이나 디자인 멤버십 과정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전문 디자인 팀을 운용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전문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전문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팀이 디자이너 일색이면 디자인 중심적 사고방식에만 몰입돼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디자인 팀에는 디자인 전문가 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포함시켜 상용화나 기술적 구현 가능성 등을 사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게는 책임과 그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다. CDO에게 적합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의사결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개발단계에서 재량권이 약하면 아무리 천재급 인재라도 디자인 혁신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서 우수인력의 중도 퇴진이나 스카웃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애플 등 외국기업이 CDO를 부사장급으로 하고 디자인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있음은 책임과 보상의 좋은 사례다. CDO는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넗히자. 디자인적인 발상은 평소 주변환경이나 사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회화나 조각은 물론이고 만화, 영화 등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시각적, 물리적으로 형상화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최고책임자는 디자인 육성의 핵심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 건설을 포함한 개수작업에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수차례에 걸친 TV 연설을 통해 이를 설득해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당시 설계사와 디자이너들에게 ‘당신들은 건축을 하는 것이고 난 대통령일 뿐이다’고 격려하면서 전문성을 살려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한 기한이나 예산 면에서는 매우 엄격했다고 하니 그 지도력이 부럽다. 디자인은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해 주지만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 육성을 통해 보다 나은 생산품이 나오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겠다. 최명선/한국정보통신대학교 교수sun21@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