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리얼네트웍스가 DVD 타이틀을 복제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DVD 복제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개인이나 해커들이 만들어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지만 이는 대부분이 불법 소프트웨어였다.
9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리얼네트웍스는 이달 말 DVD 복제 소프트웨어 ‘리얼DVD’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DVD 타이틀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DVD 타이틀을 파일로 변환하면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 DVD 타이틀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고, DVD가 훼손돼도 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또 필요한 타이틀을 골라서 바로 볼 수 있어 사용자에겐 유용한 점이 많다.
하지만 영화나 음악 등 저작권 단체들에게 복제 SW는 ‘최악의 기술’이다. 저작권 단체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복제방지기술을 DVD에 적용해왔는데 전문 해커가 아닌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DVD를 복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소수에 의한 불법 복제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얼네트웍스 측은 “복제된 파일은 정식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서만 구동되기 때문에 불법 공유를 방지했다”고 주장했지만 DVD를 살 필요도 없이 비디오 가게에서 DVD만 빌리면 언제든 해적판을 만들 수 있어 저작권 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2004년 미국 법원은 DVD 복제 프로그램에 대해 철퇴를 내렸었다. 당시 321스튜디오는 ‘DVD X 카피’란 복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가 고소 당했는데 법원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판매 중지를 명령한 바 있다.
소송 위험에도 리얼네트웍스가 DVD 복제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건 지난해 나온 판결 때문이다. 미국 DVD복제방지협회는 DVD 타이틀을 홈 서버에 복제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제공한 칼레이드스케이프라는 회사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는데 2007년 3월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홈 서버에 복제하는 것을 ‘사적 복제’로 본 것인데, 법원이 리얼네트웍스의 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윤건일기자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