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팟’ 신형 모델을 발표했지만, 깐깐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진 못했다. 아이팟은 미국 MP3플레이어 시장 70%를 점하고 있으며 한때 애플 전체 매출의 50%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 중요한 품목이다.
CNN은 ‘애플 신형 아이팟 공개, 월가는 하품’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9일(현지시각) 아이팟 신제품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매력적인 프리젠테이션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잡스의 연설이 끝나자 오히려 3% 가량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잡스 CEO는 “다같이 흔들어봅시다(Let’s Rock.)”라는 말로 신제품 탄생을 알리고 아이팟 터치 2세대와 아이팟 나노 4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애플과 로열티 배분 문제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던 NBC가 1년만에 아이튠즈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내놓았지만, 애플 주가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했다.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3.95% 하락한 151.68달러로 마감했다.
월가가 아이팟 신제품 발표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아이팟 나노는 8기가바이트(GB) 모델이 149달러, 16GB 모델 199달러다. 아이팟 터치는 8GB 모델이 229달러, 16GB 모델 399달러, 32GB 모델 399달러다. 특히, 통화 기능만 빼면 기능이 199달러의 아이폰과 거의 흡사한 아이팟 터치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기능적인 변화도 크지 않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아이팟 나노는 가속도 센서 덕분에 가로로 사용할 경우, 화면이 가로로 자동 전환된다. 또 제품을 흔들기만 해도 무작위 재생되는 기능도 추가됐다. 아이팟 터치는 1세대 제품보다 더 작고 가벼워졌으며 멀티터치 유저인터페이스와 무선랜 기능 등을 탑재했다. 이러한 특징들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일각에선 아이폰에 MP3 플레이어 기능이 탑재돼 있어 아이팟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부정적도 시각도 내놓았다.
월가가 평년보다 신제품에 더 까다로운 평가를 내린 것은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IT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소비량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신제품들이 분위기를 반전하기엔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세상의 이목은 신제품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CEO에게도 쏠렸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6월 부쩍 마른 모습으로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나타나 건강 악화설에 휘말렸다. 이번 신제품 발표 때 그는 지난 6월 때 모습 그대로로 변한 것은 없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