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보 기술과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ET단상]정보 기술과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교통사고로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얻었음에도 6개월 만에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줄기세포가 아닌 첨단 정보기술 보조공학기기 덕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보조공학기기는 청각장애인에게 귀, 시각장애인에게 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손과 발 역할을 대신해 주며 이들의 장애 극복과 사회 참여를 돕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의 웹 접근성 보장 중요성이 커지면서, 장애인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시각장애인용 개발 프로그램 ‘센스 리더 파워 에디션’은 시각장애인 개발자가 개발했는데, 모니터에 표시된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고 점자로 표시도 해 줘 컴퓨터 사용을 효과적으로 도와준다. 이 외에도 전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입김으로 불고 빨 수 있는 마우스가 있는가 하면, 모자나 이마에 붙인 반광(反光) 스티커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해 마우스가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스마트 네이브’, 앞을 볼 수 없어도 컴퓨터와 책자의 내용을 읽어 주는 스크린 리더와 점자로 입력할 수 있는 ‘점자정보 단말기’ 등 우수한 기술을 자랑하는 보조공학기기가 많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마우스·점자정보 단말기·스크린 리더와 같은 보조기기를 이용해 장애인은 인터넷으로 세상과 쉽게 소통하고 자기 계발을 함으로써 사회 참여도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지급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이득이 훨씬 더 많다는 분석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장애인의 홀로서기가 장애인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 전체에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 여러 단체에서 장애인 고용 촉구와 보조공학기기 사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와 지원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시행된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할 때 사업주는 장애인에게 원활한 능력 발휘를 위해 보조기기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어 정부 지원과 사업주 협조가 충분히 이뤄지면 장애인의 활발한 사회 참여뿐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장애인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의 보조공학기기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도 준비 중이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는 보조공학기기 무상 지원과 무상 임대 제도를 운영, 많은 사업장에서 보조공학기기로 장애인 근로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매년 공단이 주관하는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에서 보조공학기기를 홍보함으로써 더 많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도 오는 11월부터 정보통신 보조기기와 특수 소프트웨어(SW)를 보급할 계획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보조공학기기가 없었다면 장애를 극복하고 교수로서의 삶을 살 수 없었고 그가 이룬 블랙홀 증발과 양자우주론과 같은 현대물리학에 혁명적 이론이 될 만한 연구 업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IT의 결실이다.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의 활동 범위를 넓혀 주고, 직업 활동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새로운 희망을 제공한다. 하루빨리 이 땅의 모든 장애인이 보조공학기술의 혜택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한태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촉진국장 trhahn@kepa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