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걱정하는 사람들로부터 SW를 3D업종이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평생을 SW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3D는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어려운(Difficult)’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그러면 첫째 SW는 더러운 것인가. SW는 무형·무색·무취의 무공해, 지식과 아이디어의 산물로 청정(clean) 그 자체가 아닌가. 둘째, 위험한가. 화학, 조선, 광산, 건설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인명사고와 그 후유증을 보면 SW 설계, 프로그래밍 등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그지없다. 그러면 SW는 어려운가. 어려운 것은 맞다. 전문가적(프로페셔널)인 능력을 갖기란 어느 분야나 다 어렵다.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면 왜 많은 사람이 SW가 3D업종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많이 하는 것일까. 첫째, SW 관련 전문가, 기술자, 영업사원,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보면 SW공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SW공학을 공부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새로운 개발방법론이나 관리체계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3·4개월 정도의 개발언어 교육을 받고 프로그래밍을 겨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SW기술자라고 현장에 투입하면서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하는 사례도 많다. 한마디로 SW전문가다운 전문가, 기술자다운 기술자가 설 땅이 별로 넓어 보이지 않는다.
둘째, SW 거래에서의 관리체계 부재다. 요건정의, 설계, 개발, 테스트의 전 공정을 일괄 계약한다거나, 요건정의가 끝나지도 않은 채 개발 작업에 착수한다거나, 계약의 변경·추가 없이 개발 도중에 대폭적인 사양변경을 요구함으로써 개발자와 이용자 간의 트러블이 그치질 않고 있다.
셋째 이용자(고객)의 사업 성공에 대한 불안이다. 발주기관의 전문성 및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 개발자의 사업수행 역량 평가가 능력이 부족하고 요구정의의 불명확과 불안정으로 요구사항 기준선 설정이 어렵다. 검수기준이 애매해 언제 어떻게 사업을 종료해야 할 것인지 자신이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SW를 지식정보시대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1급 수학자의 논리성, 에디슨과 같은 공학의 재능, 은행원의 정확성, 추리 작가의 발상력, 비즈니스맨의 실무성, 협동 작업을 싫어하지 않고 경영적인 관심까지 이해하는 성향을 가진 재능 있는 인재를 SW전문가로 양성하고 지원해 나가야 한다. 또 SW프로젝트 관리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SW기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프로젝트 추진은 개발자와 이용자가 동등한 레벨에서 상호 파트너십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개발자는 이용자의 밑에 있는 하위직이 아니다. 고용관계도 아니다. 개발자는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수행하고 이용자에게 대가를 받는 동등한 계약관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왕조 정조시대의 화성 축조공사가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성공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유는 사업비 87만냥에 기술자 1856명과 인부 70만명이 34개월에 걸쳐 일한 성과에 따르는 정확한 보상과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인 거중기를 활용한 정조의 뛰어난 프로젝트관리에 있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SW산업에도 이러한 기술과 경영관리체계가 확립된다면 SW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될 것이다.
SW는 더이상 3D 업종이 돼서는 안 된다. 유능한 인재가 모여들어 SW강국으로 도약하는 그 날을 빨리 오게 하는 책임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심기보 정보통신기술사협회장 shimkb@khn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