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무원 출신자가 정부 기관과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회계검사원은 정부 각 부처와 유관 공익 법인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중앙 부처 근무 경력이 있는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공익 법인은 그렇지 않은 법인에 비해 건수로는 4배, 금액으로는 8배나 많은 정부발 수의계약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기관과 수의계약을 맺고 있는 공익 법인의 80% 가량에 낙하산 인사가 재직 중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회계검사원은 우리나라의 기획예산처(현재는 기획재정부로 통합)와 감사원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독립기관이다.
일반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에 비해 낙찰 단가가 높아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수의계약이 현재와 같이 만연할 경우 혈세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고 회계감사원은 지적했다.
각 부처나 국회, 재판소 등 16개 기관이 2007년 4월부터 12월 사이 계약한 공사나 물품 구입 등의 건수는 약 14만5000건, 금액으론 2조2441억엔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공익 법인이 1737억엔을 수주했고 여기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85.4%인 1483억엔에 달했다.
정부부처 또는 기관과 수의계약 관계에 있는 총 1141개의 법인 가운데 정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있는 곳은 78.6%에 달하는 897개였으며, 이들 법인엔 9196명의 낙하산 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또 이들 중 35.3%가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가 있는 법인 당 수주는 평균 9.0건인 데 반해 낙하산 인사가 없는 법인의 평균 수준 건수는 2.3건으로, 수주 건수에서 약 4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를 금액으로 따져봐도 각각 평균 3억6600만엔과 4700만엔으로, 8배의 격차가 났다. 통계에서 드러났듯이 낙하산 인사가 수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회계감사원의 분석이다.
수익계약을 따낸 법인에 근무 중인 낙하산 인사들의 과거 소속은 국토교통성 3377명, 후생노동성 1920명, 법무성 865명, 농림수산성 790명 순이었으며, 특히 과거 방위성과 경찰청 출신자들은 수의계약처 모든 곳에 포진해있었다.
회계검사원 측은 “법인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수의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며 “각 부처는 낙하산 인사가 있는 공익법인과 수의계약을 맺을 경우 충분한 소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