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나 모욕죄 논의는 단편적인 처방이나 제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1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정책 토론회’에서 “사이버 공간의 악의에 찬 비방과 근거 없는 욕설의 원천이 익명성이라는 가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며 “인터넷 공간은 인터넷 공간 자체로 다뤄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특수 공간에서 네티즌의 행동 양식을 시간을 두고 연구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또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현상의 이해는 잘못된 결론을 유발한다”며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없애버린다고 현실 공간과 유사해지지 않는다. 인터넷 바다를 위한 항해는 새로운 세계관과 인터넷 속의 인간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도 “사적 성격이 강한 사람들의 표현 행위에서는 정보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사업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보통신 서비스제공자의 모니터링 의무화는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반면 법무법인 바른의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대행)는 “온라인에서의 욕설과 폭언 등은 전파력이 커 사이버 모욕을 당한 뒤 회복 불능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형법상 모욕죄보다 강화된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이 변호사는 또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절대적이거나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며 “거짓말이나 욕설을 할 자유가 인정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