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육성 특히 중소제조업 육성은 고용 증대와 연관산업 발전을 자극해 GDP를 크게 창출한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공정책 분야다.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를 타개하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전체 고용의 88%,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가장 관심을 끄는 정책 대상이다.
물론 중소기업 투자는 다소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른바 바젤Ⅱ라고 부르는 신BIS협약을 적용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고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신용이 B등급 이하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과연 도래할 것인가. 신용 B등급 이하인 중소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기업이 원하는 것을 단편적으로 제공해 왔으며,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었지만 수단을 적절히 연계하는 방법을 적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지원 정책은 많지만 성과가 무엇이냐는 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중진공은 과거 단편적으로 제공하던 정책 지원을 체계적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그 결과 지난 30여년간 중소기업 현장에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결합해 새로운 ‘맞춤 연계형 사업’을 추진,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의가 건강검진을 하듯, 분야별 전문가가 중소기업을 방문해 업체 현황을 종합 진단,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기업 CEO와 함께 적절한 발전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거기에 맞춰 정책 수단을 적절하게 연계 지원함으로써 입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기업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정부는 정책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맞춤 연계형 지원’은 과거 실적, 상환 가능성, 재무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춘 신용등급 평가로 융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성과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기업의 성공 요소를 파악한 후 자금, 마케팅, 수출, 연수 등 적절한 요소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구조 고도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아마도 시중 금융기관이 대손상각을 통해 회계상으로 떨어내는 상당 규모의 손실액 가운데 일부라도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는 이런 기술금융 방식을 도입한다면 우리 중소기업의 시장 성공을 견인하고 경제 성장률 확대와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근 기술금융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안목,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진단, 그에 따른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정형화된 평가 기법이나 학술적인 이론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해당기업에 직접 가보지 않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한다면 아무도 그 애널리스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기업의 기술과 성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기술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기업 현장을 방문해 기업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우수한 현장 전문가가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인지 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접목해 구축한 ‘종합진단 맞춤연계’ 시스템이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술금융의 대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중진공은 지난 30여년 동안 중소기업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온 많은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새로운 툴을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다.
이기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lkw@sb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