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유통을 하면서 반품 비율이 전체 판매 제품의 2%를 초과하게 되면 일단 판매를 중지하고 종합적인 품질 검토를 다시 한 뒤 계속 판매할지 결정한다. 품질에 문제가 생겨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할 때, 제조업체에서는 ‘맛있고 안전한 식품이니 한 번만 더 방송해서 소비자 의견을 다시 평가한 후에 조치해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관련이 있는 식품의 안전과 만족, 소비자의 신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품질보증 부서의 책임자로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는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인정이 없다거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이라며 힐난과 원망을 한다. 그럴 때는 솔직히 내 업무가 참 가혹하다 싶어 자책감이 들 때도 있다.
얼마 후 품질의 안전성과 고급화를 거쳐 새로워진 상품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문제의 업체 관계자가 다시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갈 때, 나는 QA팀장으로서 더없이 큰 보람을 느끼고, 내 일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상품의 이모저모를 직접 만져보거나 따져보지 않고, 단지 방송만을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TV홈쇼핑 고객에게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TV홈쇼핑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금이 갈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우리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모두에 큰 손해가 나는 일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도 판매업체와 소비자 간의 믿음이 우선돼야 하고, 그 믿음은 품질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오늘도 소비자의 먹을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첨병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매일매일 판매된 상품의 품질과 반품 비율 내용을 꼼꼼히 평가하면서 품질향상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방송 중단으로 나를 심하게 대한 그 문제의 제조업체 현장으로 간다. 결국, 그 역시 더 좋은 품질의 상품으로 더 많은 매출과 보람을 찾을 것이라 믿으면서.
김행하 농수산홈쇼핑 QA팀장 khh@nsesh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