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의무화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솔루션 개발업체, 이통사 등도 정책 변화를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무화 정책이 완화된다면 시장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 변화의 향방을 결정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빠른 시간 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이통 플랫폼 준비하라”=아로마소프트, 이노에이스 등 위피 개발 업체들은 ‘위피3.0’ 등을 통한 플랫폼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환경이 달라진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위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위피의 차세대 버전인 위피3.0은 기존 플랫폼보다 개방성과 유연성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아로마소프트 임성순 사장은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주도로 위피3.0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행 위피 체제에서도 다른 플랫폼을 탑재할 수 있지만 좀더 개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의 아이폰 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피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위피 기술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콘텐츠공급 사업자(CP)들도 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한 모바일게임업체 임원은 “위피 의무화가 폐지된다면 바로 새로운 플랫폼에 맞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전했다.
◇이통사는 이미 “움직이는 중”=이통사들은 현재 4000여대가 풀려 있는 위피 플랫폼 탑재 단말기를 고려해 위피와 새로운 플랫폼을 함께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SK텔레콤의 경우 관계사인 위피 업체 ‘SK이노에이스’와 함께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SKT에 이어 SK이노에이스 역시 리눅스 진영 개방형플랫폼 단체인 ‘리모’에 가입했다.
SKT 측은 “소비자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정답”이라며 “기존 위피 기반 플랫폼과 함께 개방형 범용 플랫폼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F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동원 KTF 전무는 “위피는 국내에서 몇년간에 걸쳐 개발한 소중한 자원이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위피 의무화 단계적 완화 이후의 목표”라고 말했다.
◇방통위 “빠른 시간 안에 결론 내겠다”= 방통위에서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개방을 기조로 하는 성향상 제도 변화가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통사 간 의견도 다르고 국내와 외국 업체 간 의견도 다르기 때문에 조율이 쉽지 않지만 가능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위피 의무화에 대한 완전 폐지가 아니라 단계적 완화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가 준비할 시간이나 시장 파장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피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한다는 것은 결국 의무화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변화가 있을 것이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