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이폰도 정복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휴대폰 시장이다. 출시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애플의 3세대 아이폰이 유독 일본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시장조사기관인 MM리서치는 지난 두 달간 일본 내 애플 아이폰 판매량은 20만대에 육박했으나 최근 수요가 꾸준히 줄어 총 판매량이 당초 예상했던 100만대의 절반인 5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일본인들이 아이폰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았다.
연간 5000만대의 시장을 형성하는 세계 최대 휴대폰 수요처 중 하나인 일본에는 10여개가 넘는 토종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외산 제품은 찬밥 신세이다. 전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반면 일본 샤프의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특히 3세대 아이폰의 경우 일본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기능과 마케팅 포인트를 갖추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의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이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디지털TV 시청·위성 내비게이션 서비스·MP3 외에도 휴대폰을 직불카드나 기차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칩까지 탑재했다.
수년 전부터 휴대폰에서 3세대 인터넷을 즐겨온 일본인들에게 애플이 내세운 ‘3세대 무선 네트워크’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이폰이 일본인들의 휴대폰 이용 성향이나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M리서치의 아이메 요코타 애널리스트는 “예를들어 일본인들이 무선으로 e메일을 보낼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그림문자인 ‘에모지’가 아이폰에는 없다”며 “이는 작은 부분이지만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말했다.
가격도 걸림돌이다. 일본의 아이폰 공급업체인 소프트뱅크는 16기가바이트 아이폰을 320∼540달러에 판매한다. 미국 AT&T의 판매 가격은 299달러이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성향 탓에 아이폰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온라인 상점 ‘앱스토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쿠로 히라오카 일본 GfK마케팅서비스 애널리스트는 “일본 사용자들은 아이폰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