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더니 이번에는 세계 3, 4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마저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처음 표면화한 이후 거의 1년 만에 세계적 금융기관 세 곳이 간판을 내리거나 문을 닫았다.
더구나 이 파국이 언제 끝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다음에는 누구 차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 쇼크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이미 정부의 10억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이 연기됐으며, 하반기 민간 금융회사 등의 100억달러 외화조달 계획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이 같은 실물 경기 침체가 세계 IT 경기는 물론이고 국내 IT 경기에도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국내 IT 경기는 침체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를 비롯해 기기제조, 소프트웨어 분야의 10월 경기실사지수(BSI)가 9월에 이어 또다시 90을 밑돌면서 경기회복의 기준이 되는 100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4월 100을 넘은 이래 6개월 연속 100 아래에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사정이 안 좋기는 세계 IT 경기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인 북미와 서유럽 지역 900여 대기업 중 40% 이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IT예산을 작년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기업은 절반 정도가 IT 지출을 줄여 20∼30%에 그친 영국·독일·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경제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대형 투자기관의 몰락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11월 말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미국 내 연중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8월에도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컴퓨터 등 주요 IT 품목의 수출이 두 자릿수나 급감했는데 이런 악재가 터져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이는 지난 인류 역사가 잘 보여준다. 이럴 때일수록 우왕좌왕하지 말고 민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차분히 현재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실무 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사실 이번 미국발 금융 쇼크는 당분간 금융시장에 혼란을 주겠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민간도 예정된 투자를 다시 한 번 점검해 계획대로 진행하는 등 너무 위축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관이 힘을 합쳐 위기 속에 기회를 찾는 지혜로움을 발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