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영어 배운다

 수원 청명고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수업 시간에 온라인게임을 활용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수원 청명고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수업 시간에 온라인게임을 활용한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영어 수업을 온라인게임으로 진행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중앙대학교 콘텐츠경영연구소가 수원시 영통에 위치한 청명고등학교와 함께 실험에 나섰다.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내용 가운데 3개 단원을 온라인게임의 퀘스트 내용 등으로 재구성, 3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방과후학습에 활용한 것. 2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총 10회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 12일 찾은 청명고등학교 방과후학습장은 일상적인 고등학교 교실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교재는 온라인게임 ‘군주’. 학생들은 4인 1조로 모여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퀘스트를 수행하느라 바쁘다. 물론 퀘스트 내용에서부터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화나 수집해야 할 아이템 등은 모두 영어다.

 그렇다고 퀘스트가 제시하는 미션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게임에 접속해 있는 외국인을 만나 국적을 물어보라거나 누구로부터 헬멧과 갑옷을 사오라는 등의 내용이다. 인터뷰를 하거나 전통을 알아보고 정리하라는 퀘스트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스스로 영어 단어를 찾아 퀘스트 내용을 이해하고 지시하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복적인 영어학습을 하고 있었다. 퀘스트 내용 이해를 위한 독해는 기본. 글로벌 서버에서 만나는 외국인과의 대화는 영어 회화 및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효과로 이어졌다. 또 퀘스트 결과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영어 작문까지 해내야 했다. 게임 하나를 통한 종합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일단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한 학생은 “모여서 퀘스트를 푼 것뿐인데 자연스럽게 영어가 들어오니 외우는 것보다 훨씬 즐겁다”며 흥미를 보였다. 또 다른 학생은 “외국인의 국적을 물어오라는 퀘스트를 했는데 얼굴이 안 보이니 말하기가 편했다”며 “쉽게 영어가 됐다”고 신기해했다.

 교사들의 반응도 놀랍다는 것이었다. 게임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자고 하니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그들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서도 산만해하지 않고 높은 집중력을 보이자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에 강은교 교사는 “흥미 유발적인 부분과 자연적으로 습득되는 부분 등이 요즘 말하는 자기 주도적인 새로운 교육 방향과 합치되는 것 같다. 일반 수업과 조합을 잘 이루면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다”며 “여건만 조성되면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학습을 주도한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을 이용한 학습이 성적 향상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중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을 구성했다”며 “이번 주에 예정된 시험을 보고 나면 기존 방식으로 수업한 학생들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지난 2006년에도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시험학습을 실시해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는 또 이번 시험학습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아예 서울·경기권 지역에서 시범학교를 지정해 온라인게임을 활용한 수업을 정규 교육과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