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각광받고 있다. IT·벤처기업이 몰리면서 첨단 디지털단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매년 ‘벤처 넥타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등 벤처 메카 분위기도 곳곳에서 풍겨난다. 최근에는 상주 인원이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입주기업 수도 국가산업단지 중 가장 많은 78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약 80% 정도가 전기전자 및 비제조 IT 업종인데 코스닥 등록기업도 60여 곳이 넘는다.
특히 수십 곳의 아파트형 공장에 IT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국내 최대 IT단지로 부상했다. G밸리에 이처럼 IT 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입주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취·등록세를 전액 면제해주고 5년 동안 재산세를 50% 감면해 준다. 또 분양대금의 70%까지를 서울시 공공자금에서 저리로 융자해준다. 강남과 여의도에서 가깝고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편리한 교통 환경도 장점이다. 전국 곳곳에 기업 지원 시설이 있지만 G밸리 만큼 벤처와 기업 사정을 잘 알고 배려해주는 곳이 없다고 입주기업들을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IT벤처의 중심지였던 강남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이곳의 벤처인증기업 숫자는 지난해 초 645개에서 지난 8월 현재 1025개로 58%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과 서초 지역 벤처기업 수는 1126개에서 1097개로 줄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이곳으로 이주한 벤처인증기업 중 40% 이상이 강남에서 온 것으로 조사됐다.
“매월 초가 되면 사업보고서 작성 때문에 밤을 새워 일하는 IT업체 직원들로 밤에도 매장이 붐빈다”는 어느 24시간 편의점 업체 종업원 말에서 이곳의 활력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G밸리가 IT·벤처기업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세계적 디지털밸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그동안 입주기업 수가 급증하면서 숙박 및 문화시설 부족 같은 인프라 개선이 절실하다. 산학연 네트워크 연계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고급 인력이 계속 G밸리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지원 미흡 등으로 이것이 취약한 편이다. 실리콘밸리도 우수한 두뇌를 계속 확보하지 못했다면 결코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IT메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원활한 자금 흐름을 위해 벤처캐피털과 M&A 컨설팅업체들과의 유대 강화도 꼭 필요하다.
새로운 변신이 필요한 G밸리가 세계적 디지털밸리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당국은 보다 힘써야 한다. “G밸리에는 자본이 적고 몇 년간 연구개발(R&D)에만 투자해야 되는 업체가 많은만큼 이들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말을 소홀히 들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