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이즈TSB, 파산위기설 HBOS 인수 합의

영국 로이즈TSB은행이 신용경색으로 휘청거리던 금융지주사 HBOS를 주당 2파운드32펜스, 총 120억파운드(약 24조원)에 인수하기로 HBOS와 합의했다고 금융업계 소식통들과 BBC 등 방송들이 17일 밝혔다.

양사는 아직 인수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소식통들은 18일 주식시장 개장 이전에 인수 협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이즈TSB와 HBOS는 영국 은행업계에서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하며, 특히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문에서는 HBOS가 1위, 로이즈가 4위 규모다.

HBOS는 산하에 스코틀랜드은행, 핼리팩스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들을 보유하고 있다.

HBOS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지만 신용경색으로 은행간 금리가 상승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HBOS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이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 투자은행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며 영국 금융기관 중 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BBC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로이즈TSB와 HBOS 사이의 협상 과정에 개입했으며, 영국 정부가 이번 인수에 대해 반독점 규제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영국 재무부와 금융감독청(FSA)이 이번 협상을 적극 장려했다고 BBC는 덧붙였다.

지난 9일 3파운드8펜스였던 HBOS의 주가는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최근 폭락하며 17일 오전(현지시간) 한때 88펜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HBOS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합병 협상에 반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8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영국계 자산운용 그룹인 슈로더는 영국중앙은행(BOE)이 다음달 21일 만료 예정이었던 유통성 지원 특별 프로그램(SLS)을 내년 1월 30일까지 연장하면서 HBOS의 단기 자금 조달을 보장했다고 지적했다.

슈로더 관계자는 "SLS가 연장됐는데도 HBOS가 왜 자산을 매각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의견을 HBOS 자문역인 모건스탠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5위권 주주인 스탠더드라이프도 협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0만 명에 달하는 개인 주주들도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