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디오 방송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청취자 감소로 인한 광고 시장 수축, 웹라디오 등장에 따른 미디어 시장의 급변, 미국 경기 침체 및 금융 위기와 맞물려 라디오 방송국의 매각과 합병, 자구책 마련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블룸버그는 미국 방송사 CBS가 최대 50개 라디오 방송국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달 말부터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레스리 문베스 CBS CEO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CBS는 미국 최대 라디오 방송사로 꼽힌다.
문베스 CEO는 골드막 삭스의 뉴욕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라디오방송국 매각과 관련한 설명회도 열었다. 문베스 CEO는 “40여개의 잠재 매수자들을 대상으로 매각의향서를 보냈으며, 다수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매각협상에서 적절한 가격을 받지 못하면 매물을 거둬들이겠다”고 말했다.
CBS는 전통적인 라디오 방송국 대신 온라인 사업에 더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10대 웹사이트인 C넷을 18억달러에 사들였으며, 웹라디오 시장 급성장에 따라 AOL과도 제휴를 맺고 AOL 웹라디오 채널을 관리하며 세계 최대 웹라디오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의 양대 위성 라디오 방송업체인 시리우스와 XM이 합병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위성 라디오 시장이 독과점화된다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위성 라디오 시장의 수익성 악화를 인정하며 양사 합병을 승인했다. 시리우스와 XM은 각각 120개, 170개의 채널을 갖고 있으며 기본 혹은 옵션으로 제공되는 자동차 위성 라디오 장비업체가 최대 고객이다.
시리우스는 XM을 36억달러에 사들여 18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방송사업자로 변신한 후에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병 후 매출 예상치를 스스로 깎은 멜 카르마진 시리우스 XM CEO는 “FM 방송국보다는 위성 라디오 방송국의 전망이 낫다고 하지만 투자가 메말라 있다”면서 “자동차 판매 감소 등 외부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라디오 시장의 성장이 멈췄다”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사들의 자구책도 잇따르고 있다. CBS 라디오와 클리어 채널 등을 포함한 미국 전역의 라디오 방송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해 불황의 돌파구를 찾았다. 450개의 라디오 방송사들은 MP3플레이어 ‘준’에 라디오 청취 기능과 각 곡에 대한 설명 기능을 부가할 수 있도록 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