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재난 관리와 정보화

[u미디어포럼]재난 관리와 정보화

 원시시대부터 인간이 가장 두려워한 존재는 바로 자연이었다. 태풍이 오면 강한 바람과 많은 비로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또 각종 매체를 통해 태풍의 이동상황, 예상강우량 등의 기상정보뿐만 아니라 재난상황별로 피해를 예방하는 각종 행동요령까지도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늘어만 가고 오히려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재난 정보를 상당히 축적하고 있지만 그 정보를 활용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에는 인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 정책이 재난 상황 대처와 피해 복구 지원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닥칠 일들을 예견할 수 있듯이 반복되는 재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의 학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거의 재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까.

 소방방재청은 최근 ‘재난관리정보DB센터’를 구축해 축적한 수많은 재난 정보 속에서 유용한 것을 찾아내고, 과학적인 분석·예측 기법의 적용으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도출해 이를 사전에 제거토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난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업무시스템별로 생성·관리해온 상황정보, 피해정보, 활동정보, 동원자원정보 등을 분석, 예측에 필요한 재난 정보로 표준화해 통합 데이터저장소(DW)에 적재하고 재난 정보 분석·예측 서비스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사례로는 먼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화재, 물놀이, 승강기, 놀이기구, 산악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주로 발생하는 열 가지 안전사고 유형별로 과거 사고 발생 이력과 인구 분포 등의 가중치를 적용해 수치화된 위험지수를 산출하고, 위험지역의 특성, 사고자 정보 등과 사고발생 원인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안전사고를 예방토록 하고 있다.

 이 밖에 지역별 소방차 출동 소요시간을 따져 출동이 지연되는 지역의 교통 혼잡도, 불법주·정차, 원거리 출동 등의 지연원인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출동 경로를 찾아내거나 적정한 소방력 배치를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 사고 발생 장소, 환자 질병 유형, 이송거리 등과 구조·구급 활동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인명 피해 최소화에 필요한 동원자원과 출동 규모의 편성, 신속한 이송 의료기관 선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태풍발생 시에는 기상청에서 수신한 태풍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50여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 중에서 위·경도, 중심기압, 최대풍속 등을 비교분석해 가장 유사한 태풍을 도출하고 해당 태풍으로 인해 발생했던 지역별 피해 양상 및 규모를 확인, 피해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로 태풍이 오면 예측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의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를 시·군·구 단위로 산정해 지역별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재난 관리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자병법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했다. 손자는 시대를 앞서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보 수집 및 분석을 군사 전략의 시초로 보았다.

 재난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난이 발생한 때에만 관심을 갖고 피해가 발생한 뒤 사후 수습만 할 것이 아니라, 재난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확히 이해한 후 철저히 예방하고 대비한다면 재난 피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상대 소방방재청 정보화담당관 hansangdai@nem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