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다 재미있는 광고를 접했다. 내용인즉, 젊은 남녀가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여자에게 급히 확인해야 할 e메일을 보냈다는 연락이 왔다. 여자가 도로 한복판에서 어떻게 메일을 확인하느냐고 난처해하자 옆에서 운전하던 남자가 e메일을 확인하게 해 주면 무슨 소원을 들어줄 건지 애교스럽게 묻는다. 그 남자는 와이브로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내비게이션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주춤했던 와이브로가 다시 일어서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발벗고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음성통화 탑재와 우량 주파수 재분배라는 든든한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 사업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와이브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서비스 사업자들도 주요 도시로 서비스 확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글로벌 로밍 체계 구축을 준비하는 등 와이브로가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와이브로뿐만이 아니다. 와이브로와 함께 신성장동력의 양대 산맥인 IPTV도 사업자가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방통융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달리는 차 안에서 인터넷을 즐기고, TV로는 쇼핑부터 호텔예약까지 한 번에 된다니, 세상이 또 한 번 크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또 앞으로 더욱 다양한 파생 서비스가 생성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과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도 해본다.
와이브로나 IPTV는 무거우면서도 거대한 기술이다. 즉, 이들이 움직이면 다양한 산업이 함께 움직이게 되며, 작은 시장일지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야다. 그런데 이 둘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는 SW산업 발전에 절대적인 기회다.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고 내비게이션과 통하려면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IPTV 역시 모바일 IPTV 등으로 발전하게 되면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며,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SW며, 이들 자체가 SW 덩어리다. 또, 통상 와이브로를 휴대인터넷 또는 무선통신기술이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무선통신에 적용되는 SW기술들인 것이다. 즉, 우리가 말하는 신성장동력 자체가 SW기술의 산물이며, 이들의 미래 역시 SW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초고속인터넷을 도입하며 IT강국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인터넷을 주름잡는 SW나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진정한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SW산업 자체가 경쟁력 있는 국가적 리딩산업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의 본원적 SW기술이 많아 더욱 유리하다. 이번에는 놓쳐서는 안 된다. 해당 산업과 기술의 이해도를 높여 시장을 선점하거나 창출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SW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SW 전문 인력의 확보 및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훌륭한 요리사와 레시피가 없으면 맛있는 요리가 될 수 없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와이브로와 IPTV. 우선 재료는 이 정도면 훌륭하다. 남은 것은 SW업체들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 요리해 나가는지다. 아무쪼록 준비를 철저히 해 국내 SW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SW 업계의 선전을 기대한다.
유병창/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bcyoo50@posdat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