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산시청에서 부산경제진흥원 주최로, 삼성전자 CEO를 지낸 윤종용 현 삼성전자 고문을 모시고 ‘대기업에서 배우는 경영노하우’라는 제목으로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약 3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시청 국제회의실은 일찌감치 좌석이 꽉 찼다. 윤 고문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이어 곧바로 강의는 시작됐고, 주위를 둘러보니 강연을 들으며 메모를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일반 중소기업 사장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가업을 승계해 경영을 잇고 있는 2세 젊은 경영인도 눈에 띄었다.
윤 고문은 자신을 세계 초일류기업에는 조금 못 미치는, 그냥 세계 일류기업에 몸 담았던 경영인이라 낮춰 소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이자 전문 R&D 인력이 서울대 박사보다 많다는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최고 경영인으로서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듯 풀어내는 자기 혁신의 험난한 여정 이야기는 듣는 이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세한 수치까지 정확히 기억해 내며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첨단 기업 CEO의 무게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지식혁명 시대에서는 핵심 기술이나 브랜드 등 무형 자산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하므로 R&D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혁신기업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또 “이러한 혁신에는 희생이 필요하며 그 희생을 감내하려는 조직 전체의 의지가 중요하고, 조직의 리더는 그 선두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CEO의 자기 희생을 강조했다.
텔레비전을 비롯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기술 혁명의 시기에 거대 일류기업의 리더로서 의사 결정과 조직을 위한 단 한번의 어떤 선택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길을 성공적으로 밟아간 윤 고문 같은 일류 경영인의 경험담과 조언 한마디는 후배 경영인에게, 특히 지역 중소기업 경영인에게 쓰디쓰지만 귀한 보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존을 위해 어떻게 혁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 더욱 깊이 고민하고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윤 고문께 감사드린다. 김영주 부산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 imok0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