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MP3플레이어 종주국 역사의 재조명

[현장에서] MP3플레이어 종주국 역사의 재조명

 지난 1998년 3월 세빗 쇼에서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인 새한의 ‘엠피맨’이 전 세계인에게 소개된 이후 한국의 MP3플레이어 역사는 시작됐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미니디스크(MD) 제작에 열중할 때, 한국은 플래시메모리 기반의 MP3플레이어를 개발함으로써 일찌감치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나 삼성의 옙, 엠피오 인터내셔널의 엠피오, 코원의 아이오디오 등 많은 한국 업체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으나, 애플 아이팟의 등장과 중국산 저가 MP3플레이어의 난립으로 이제 세계시장에서 한국산 MP3플레이어는 존폐 위기다.

 더 큰 문제는 아이팟이 최초의 MP3플레이어로 여겨지고, 한국이 MP3플레이어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세계인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팟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상회해 제품이 많이 노출된 효과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것을 제대로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MP3플레이어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간된 ‘대한민국 특산품 MP3플레이어 전쟁(도서출판 한울)’이란 책 한 권을 제외하곤 지나간 과거를 제대로 조명해보려는 노력조차 전무한 게 현실이다.

 인터넷 강국이란 수식어가 붙는 대한민국이지만, 정작 인터넷 공간에 우리의 소중한 역사인 엠피맨에 대한 기록조차 제대로 보관돼 있지 못하다. 외국 사이트를 거쳐서야 이 ‘보물’에 관한 자료를 얻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MP3플레이어의 탄생 신화를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수다. 하지만 그에 앞서 MP3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업체와 사용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통해 대한민국 MP3플레이어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전 세계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

 비록 애플의 아성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MP3플레이어 산업이지만 과거 조명과 반성으로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조승보 와이마니아 대표 webmaster@yman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