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소프트웨어(SW)를 국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SW가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 간 융합을 이뤄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SW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세계 5강을 목표로 미래핵심 기술 개발과 시장 창출 등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사실 SW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것은 이번 정부만이 아니다. 참여정부도 지난 2005년 SW강국 코리아 원년을 선포하며 세계 100대 SW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국내 SW산업은 여전히 영세하기만 하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넘는 SW기업이 하나도 없다. 이러니 해외에서도 마이너 중 마이너일 뿐이다. 세계 100대 SW기업에 들기 위해서는 매출이 2000억원은 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1000억 기업도 없는 판이니 언제 2000억 기업이 나올지 요원하기만 하다.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세계 시장을 누비고 다닐 때 국내 SW업계는 그저 우물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더욱이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국내 SW는 수출에 취약하다. 전체 SW 생산액의 5% 안팎만이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 패키지SW 수출액은 1억5000만달러에 불과했고, IT서비스도 6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중 IT 서비스 수출액은 해외에 나가 있는 그룹사 지원 물량이 대부분이고 이를 제외하면 순수 수출액은 훨씬 적어진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가 SW 수출이 이렇게 부진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낙후된 컨설팅이다.
컨설팅 기업이 먼저 외국에 나가 컨설팅을 수행하며 해외 시장에서 국산 SW 사용을 이끌어야 할 터인데 변변한 컨설팅 기업이 없기 때문에 이런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참에 지식경제부가 IT컨설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3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와 공동으로 IT컨설팅산업협의회 창립식을 가졌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협의회는 앞으로 IT 활용도 극대화를 비롯해 선진 컨설팅 기법과 고급 인재 양성 같은 여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IT컨설팅 분야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0.01%에 그치는 데에서 알 수 있듯 국내 IT컨설팅 기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에 비교해 많이 뒤진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협의회가 해야 할 일은 비중과 역할 면에서 결코 적지 않다. IT컨설팅을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자체 성숙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가치도 창출해내야 한다. 무엇보다 국산 SW의 해외 진출 파트너가 돼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여러 경쟁력 있는 국산 SW를 가지고 있다.
X인터넷을 비롯한 검색엔진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매니지먼트(BPM) 같은 일부 SW은 글로벌 기업조차 이들에 밀려 국내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들 제품이 세계적 수준의 컨설팅과 합쳐진다면 상당한 수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내 SW산업은 그동안의 주된 수출 아이템이었던 전자정부를 넘어 더 많은 영역과 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시기에 서 있다. 그러자면 하루빨리 글로벌 수준을 갖춘 컨설팅 기업이 나와야 하고 국내 컨설팅 환경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IT 및 SW산업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IT컨설팅 산업 육성에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