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6개월, 이것이 과제다] (중) 빠른 의사결정

 ‘알선·조정 기능과 실무진 전결(專決)을 늘리자.’

방송통신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이 방송통신위원회로 모인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안건으로부터 시장과 산업 흐름을 가를 쟁점까지다. 때로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 사업자와 사업자 간 다툼이 방통위 탁자(회의)에 올라 솔로몬의 지혜를 빌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분쟁을 알선·조정하거나 정책 사항을 실무진 전결로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7월 15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제19차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심의·의결할 안건만 7개인데 오전 회의에서 의무편성비율을 위반한 애니메이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제재할 수위를 정하는 등 에너지 소비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오후에 속개한 회의에서도 SK텔레콤의 통화연결음서비스인 ‘T링’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견을 조정하고, KT와 SKT·LG텔레콤 간에 발생한 ‘080 착신과금서비스’ 관련 망 이용대가 분쟁을 심결하는 등 소비자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안건들이 이어지면서 방통위원들이 지쳐갔다. 특히 개인 사업자 A 씨가 LG데이콤을 상대로 ‘인터넷전화 및 전국대표전화서비스 손해배상’을 재정하면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조정 배상액 ‘100만원’이 적당한지를 심의해야 했다.

이기주 방통위 이용자네트워크국장은 이와 관련, “재정 회의 전 알선·조정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며 “(소액 분쟁 등을) 알선·조정으로 해결하는게 애초 재정 신청 취지 등에도 맞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상시 ‘분쟁조정분과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요청한 특정 제재조치에 대한 처분명령을 방통위원장에게 위임한 뒤 별도의 재량권을 발휘하지 않고 관련 절차를 갈음하듯 실무 전결권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는 게 방통위 안팎의 바람이다. 실무진에 재량권을 줌으로써 위원회 의사결정과정을 효율적·현실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무 전결대상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분쟁이나 정책’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와 통신사업자 간 일정 금액 이하 분쟁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록 및 변경등록 △종합유선방송(SO) 이용요금 승인 등을 실무진에 맡겨도 좋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방통위 직제개편 고시 개정 △방송통신사업 금지행위 관련 업무처리 규정 제정 △금지행위 위반 관련 고발기준 제정 등 하위 법령들도 실무진 전결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중계유선방송사업 변경허가 등 비교적 간단하거나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작은 사업 허가들도 실무진 전결로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을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들도 “전결로 충분한 안건들까지 위원회에 상정돼 효율적이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전결 대상 안건들이 소비자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에는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는 예외 조항을 적용하도록 보완조치를 하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보완책의 하나로 제시됐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