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처음 세상에 나와 11개의 TV 시리즈, 10편의 극장판을 포함 30여개의 개별 타이틀로 제작되며 30년째 사랑을 받고 있는 ‘기동전사 건담’시리즈. 건담의 신화를 이끈 사람 도미노 요시유키(67) 감독이 제1회 콘텐츠페어가 열리고 있는 서울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를 24일 찾았다.
일명 ‘건담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콘텐츠산업의 한 구성원으로서 30년간 건담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의 첫 일성은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캐릭터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심볼성이며 이는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창작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미노 감독은 “캐릭터는 기호화할 수 있는 심벌이 돼야 한다”며 “최근의 캐릭터들은 만화같아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조잡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도미노 감독은 이야기 속에 담긴 고유한 세계관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건담이 시대를 뛰어 넘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이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건담을 처음 창작할 당시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미래를 가정하고, 이주한 인간들이 살게 되는 가상의 세계 콜로니가 지속적으로 건담의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됐습니다.”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건담을 상업적으로만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창작자로써 괴로웠던 적도 많았다며 각 시리즈가 감독 개인의 순수한 창작물을 넘어 스튜디오 워크를 통해 만들어진 산물임을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는 완구회사·방송국·광고대행사들이 요구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조건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감독 개인의 능력 이상의 세계가 창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 속 세계는 비록 만들어진 세계이긴 하지만 팬들이 이 세계에 동화돼 일단 한 번 형성되면 창작자조차 마음대로 변형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