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미국은 현재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더욱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미 동부시간) 15분간 미 전역으로 생중계된 TV연설을 통해 현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대규모 구제금융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 의회의 초당적 처리를 압박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미국 경제의 전반이 위험에 처했다"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전례없는 개입은 길고도 고통스러운 침체를 피하기 위해 긴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시장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신뢰가 광범위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경제의) 주요부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우리는 더 많은 은행이 무너지고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제금융의 목표는 부실자산을 정부가 사들여 (시장에) 자금이 다시 돌게 하고, 경제를 다시 일어서게 하려는 것"이라며 "잘못된 결정을 한 회사는 퇴출해야 한다는게 평소의 생각이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만큼 구제금융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에 이르게 한 허술한 규제구조를 재점검할 시간은 나중에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밝혀 `선(先) 구제금융 실시-후(後) 규제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를 향해서는 "많은 의원들에게 힘든 투표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개별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그는 금융위기 사태 해결을 위해 공화당의 존 매케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를 비롯해 양당의 의회 지도자들에게 25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행정부가 제출한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적잖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초당적 회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의회내 구제금융 처리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도출된다면 26일로 예정된 대선후보 1차토론회는 애초 계획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앞서 매케인 후보는 구제금융 처리를 위해 `정치`를 잠시 미뤄두자며 선거운동 중단과 대선후보 토론의 연기를 오바마 후보에게 전격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후보는 "지금이야말로 유권자들이 경제위기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듣고 싶어 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오늘 연설은 아마도 9.11테러 이후 가장 중요한 연설이었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스피치라이터들은 구제금융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에 대한 우려감을 전달하면서도 시장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지적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시가 대국민 직접 호소 등 특단의 방안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한데다 구제금융 조치에 대해 의회, 특히 공화당 내의 상당수 인사들 마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회를 압박해 신속한 초당적 대처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