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상황을 뒤집어 생각하거나, 사물·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때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코페르니쿠스가 바라본 세상은 당시 수많은 사람이 생각하던 세상을 새롭게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18세기 중엽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의 삶과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 혁명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문화구조의 변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변화는 팽창주의에 가려 다양한 사회 문제와 제반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개됐다. 그 결과 제국주의의 대두,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실업·이념·환경 문제 등 인류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이는 ‘디지털 혁명’으로 말미암아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30년 전만 해도 유선전화 한 대 놓는 가격이 당시 집 한 채 값인 200만원이었고, 전화 신청 후 대기기간만 1년이 넘을 정도로 구하기 힘든 천연기념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는 휴대폰이 4500만대로 국민 1명당 1대를 사용하는 꼴이며, 인터넷 이용률은 70%로 전국이 유무선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영국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의 부흥지는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점과, 유비쿼터스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각과 넓은 혜안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다.
IT가 주는 편익과 효율성의 극대화에만 치우쳐 미래의 환상만을 좇아서는 안 된다.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부작용과 역기능을 사전에 고려하고 대응하는 정보보호가 함께 구현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 위에 IT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보호 분야에 접근할 때도, 과거에 수행하던 방식만을 답습하거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말 것이다. 현 시대적 상황과 환경에 대한 고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으로 바라봐야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세상에 안착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비전을 세우며 산업과 에너지 및 환경을 아우르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을 내걸고 녹색기술 시장의 선도국, 선진 일류국가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녹색성장이라는 비전에 시큐리티를 접목할 필요가 있다. IT 설계 단계부터 시큐리티가 정책적, 기술적으로 적용돼야 국가나 기업의 총소유비용(TCO)을 줄이고, 불필요한 추가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IT 세상을 청정하고 안전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그린 시큐리티 실현이 유비쿼터스 사회로 가는 주춧돌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정보보호가 필요하다. 특정 관련 분야 종사자만이 관심을 보였던 정보보호를 정부·기업·개인 등 모든 사회 주체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디지털 사회의 필수 덕목으로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 함께 나누고(sharing), 즐겁게 실천하며(enjoying), 평생 배우는(continuing) 새로운 개념의 정보보호 실현이 유비쿼터스 세상이라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줄 것이다.
새로운 시각과 발상의 전환으로 IT 세상을 새로 그려보자. 우리가 함께 노력할 때 미래 유비쿼터스 세대를 살아가는 후세들은 우리를 ‘세상을 바꾼 코페르니쿠스’로 평가할 것이다.
황중연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원장jyhwang@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