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고통분담’ 아닌 ‘성공분담’의 상생을

[월요논단] ‘고통분담’ 아닌 ‘성공분담’의 상생을

시장 환경이 어려울 때 기업이 흔히 쓰는 말 중 하나가 ‘고통 분담’이다. 하지만 반대로 시장이 좋고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낼 때에는 ‘동반 성공’이나 ‘성공 분담’이라는 말은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매번 이익은 나누지 않고 고통만 분담하자고 외치는 기업에 과연 협력사들이 진심으로 호응할 수 있을까.

 도요타·노키아·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협력회사와의 동반 성장에 큰 무게를 두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특히 도요타는 협력업체가 기술을 개선해 원가 절감에 성공했더라도 가급적 구매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도요타와 협력업체는 상호 신뢰와 공존 그리고 성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그들 모두의 경쟁력을 함께 높여준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 분담이 아닌 성공을 함께 나누는 상생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윈윈의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중소기업이 가진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이로써 대기업이 높은 수익을 창출하게 되면 그 이익은 중소기업에 다시 돌아가는 연쇄효과를 갖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만약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에서부터 함께 참여하고 노력한다면, 결국 그 결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의 이익 창출에도 기여하게 되는 순환 구조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상생을 실천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시장상황이 어려울 때 그러한 장기적 안목의 의사결정은 당장의 생존 문제와 배치하는 때가 많기 때문에 상생이 대접받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남들이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근본적이고 차별화된 경쟁력이야말로 바로 이렇게 어려울 때 함께 손을 잡고 헤쳐나가 얻어낸 ‘상생’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최근 2∼3년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최대 화두는 다름 아닌 상생이었다. 일본 LCD 산업의 부활과 대만 업체의 맹추격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찾은 해법 중 가장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것은 상생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세계 최강인 패널 업체에 비해 뒤처진 중소 협력업체를 육성하자는 ‘대-중소기업’ 상생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도 일본처럼 세계적인 장비·재료업체가 탄생해야 ‘반쪽 강국’의 멍에를 떨쳐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튼실한 협력업체가 있어야 패널 대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이처럼 상생은 기업이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됐으며 때로는 슬로건이 돼 그 결실을 얻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큰 성과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익을 내지 못하고 빚에 못 이겨 문을 닫는 업체 소식이나, 대기업마저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렵다는 기사들만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진정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이 아닌 성공을 나누는 상생을 실천했는데도 결과가 이처럼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고통 분담’이 아닌 ‘동반 성장’의 상생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동반 성장의 상생을 실천해 나갈 때 각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 또한 크게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사장 yskwon@lgdispl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