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구제가 유럽으로도 확산되는 조짐이 완연하다.
유럽은 앞서 미 정부가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를 구제하고 이어 양대 모기지 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사실상 국유화한 데 이어 보험회사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까지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미 정부와 의회가 `극약 처방`인 7천억달러의 금융 구제안을 후속 조치로 취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태도를 바꿔 당국이 개입하는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벨기에의 이브 레테름 총리는 28일 밤(이하 현지시각) 브뤼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 정부가 역내 주요 은행인 포티스를 구제하기 위해 모두 112억유로(미화 163억달러 가량)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프랑스 은행 BNP 파리바가 포티스 인수를 위해 비공식 제시한 막판 방안이 벨기에에 의해 거부돼 결국 `부분 국유화`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BNP 파리바는 포티스 주식을 주당 1.6유로에 인수하는 한편 향후 포티스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최대 60억유로를 당국이 보장하라는 제의를 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29일 포티스 자산의 전부 혹은 부분 매각에 이밖에 ING와 라보뱅크도 관심을 갖고 접촉했으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크로드 트리셰 총재와 레테름 총리, 그리고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관계자들이 28일 긴급 회동해 부분 국유화가 합의된 것이라고 전했다.
레테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포티스가 지난해 인수한 ABN 암로 지분은 매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포티스가 지난해 ABN 암로의 네덜란드 뱅킹 비즈니스를 인수한 것이 경영 악화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지난 1800년대 출범한 포티스는 벨기에 최대 은행이며 네덜란드에서도 2위 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용 인원은 모두 8만5천명으로 그간 지분매각 협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특히 프라이빗 뱅킹 쪽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모기지 금융기관 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도 국유화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28일 로이터와 BBC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로이터는 금융계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410억파운드(미화 735억3천만달러 가량)인 모기지 포트폴리오 부문을 인수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즈니스가 양호한 240억파운드 규모의 저축 및 지점망 부문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금융그룹 산탄데르가 저축 및 지점망 부문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29일 금융시장이 개장되기에 앞서 B&B 처리에 대한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영국은 지난 2월 노던록을 국유화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정부가 금융기관을 인수해 구제하는 것이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 도이칠란트(FTD)는 29일자에서 뮌헨 거점의 독일 모기지 은행 하이포 레알 에스테이트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Dax 30대 블루칩 지수에 포함된 하이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현재 독일 금융 당국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재무부가 하이포의 리파이낸싱 동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