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넷북으로 진화한다](상) 작지만 강하다

[노트북, 넷북으로 진화한다](상) 작지만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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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북’으로 대표되는 미니 노트북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저렴한 가격과 와이브로 등 모바일 인터넷 환경과 맞물려 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산 주도에서 삼성·LG·삼보 등 토종기업까지 가세하는 등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별다른 히트작이 없어 고심하던 PC업계에서는 오랜만에 ‘단비’를 만난 형국이다. 바짝 움츠린 PC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넷북 시장의 현황과 배경·전망을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출장이 잦은 S전자 해외영업부 김영세 과장은 최근 노트북을 새로 구입했다. 애지중지하는 고성능 노트북이 있지만 미니 노트북을 따로 장만했다. 해외에 자주 나가는 김 과장은 사실 미니 노트북이 화면 크기도 작고 성능도 떨어져 업무용으로 적합할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사용해 본 결과 기대 이상이었다. 휴대가 간편할 뿐더러 문서 작성 등 필요한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쓸 수 있었다. 해외에서도 워낙 인터넷 회선이 좋아져 업무를 보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

 ‘넷북’이 잠잠하던 PC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일부 외산업체가 특정 수요층을 겨냥해 ‘낚싯밥’ 형태로 내놓기 시작한 데서 대기업까지 가세하며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관망하던 삼성과 LG전자도 불과 일주일 사이를 두고 미니 노트북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인텔코리아에 따르면 넷북 핵심 프로세서인 인텔 아톰 CPU는 수요가 생산량을 초월할 정도다. 미니 노트북용 배터리도 일부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수스·MSI 등이 지난 6월 홈쇼핑과 인터넷 몰에서 선보인 초기 모델은 품절 현상까지 빚고 있다.

 MSI코리아 측은 “지난 7월부터 10인치 노트북을 출시한 이래 대략 1만대 정도가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 측도 “지난달에 제품을 내놓은 이후 재고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넷북은 인터넷 사용에 최적화한 미니 노트북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인터넷과 간단한 게임 등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물론 단점도 있다. 기존 노트북과 비교해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하드디스크와 메모리 용량이 작고 화면 크기에 맞춰 키보드 크기도 작아져 처음에 사용하기에는 약간 불편하다. 그러나 간단한 문서 작업·웹 서핑을 즐기는 데는 모자람 없는 성능에 동영상 시청은 물론이고 현란한 3D 게임은 아니더라도 ‘카트라이더’ 정도를 즐기기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무엇보다 무게 1㎏ 안팎에 10인치 내외의 조그만 크기는 일반 노트북에 비해 상당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저가 노트북 보다 평균 20만∼30만원 싼 50만∼60만원대 수준의 가격도 강점 중의 하나다.

 박성민 인텔코리아 상무는 “넷북은 와이브로·HSDPA 보급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라며 “크기는 작아도 무리 없이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수익성을 이유로 넷북 시장 참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던 대기업이 예상보다 빨리 넷북 시장에 합류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노트북업체는 넷북을 세컨드 혹은 교육용 제품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노트북이 무거워 집 혹은 사무실에 두고 사용하는 서브 노트북 소비자, 무게에 민감한 여성, 학습용 기기로 사용할 수험생과 대학생 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우경 LG전자 상무는 “유비쿼터스 환경의 빠른 성장과 노트북 휴대성이 강조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미니 노트북 판매량을 520만대 규모로 예측했다. 내년 800만대, 2012년에는 올해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연간 5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했다. 1∼2%에 불과한 미니 노트북 수요가 오는 2012년에는 전체 노트북 시장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구가할 전망이다.

 강병준·차윤주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