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올해보다 6.5% 증가한 273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과 기금 운용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예산안은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명박 정부의 첫 예산안답게 이전 정부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참여정부가 사회·복지·통일·외교 부문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에 MB 노믹스 예산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중소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경제 분야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0.8% 늘어난 12조30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성장 잠재력 확충 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방한한 글로벌 기업 코닝사의 최고기술책임자가 “꾸준한 R&D 투자가 150년 넘게 기업을 유지해온 비결”이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R&D는 경기 호·불황에 상관없이 지속성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 R&D 비용을 계속 늘려 올해 처음으로 10조원 벽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과학기술력은 갈 길이 먼 형편이다. 이는 기술무역수지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의 기술무역수지는 매년 적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2년 20억8300만달러에 불과했던 기술 무역수지 적자는 이후 해마다 늘어 2006년에는 29억4100만달러로 30억달러에 육박했다. 반면에 미국·영국·일본 같은 선진국은 매년 100억∼400억달러 상당의 기술 흑자를 내고 있어 우리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만년 기술 무역수지 적자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원천 연구 확대를 통한 핵심 기술 확보가 중요한만큼 정부가 매년 R&D 비용을 점차 늘리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현재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오는 2012년까지 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인데, 세제를 개편해 중소기업의 R&D 세제 공제액을 투자액의 15%에서 25%로 높이는 한편 R&D 시설투자의 세액공제 금액을 투자금액의 7%에서 10%로 확대하는 등 여러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니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늘어난 R&D 비용을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중요하다. 당장 정부는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에 주력하기로 하고 그린카를 비롯해 로봇산업, 콘텐츠기술(CT) 등 지식기반서비스산업, 기술혁신 중소기업 확충 등에 더욱 많은 R&D 자금을 배분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부품소재 산업에 올해보다 14.6% 늘어난 3187억원을 지원하고, 문화콘텐츠산업을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이의 R&D 투자를 올해의 134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441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과 콘텐츠 기획·창작 역량 강화에도 집중 투자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액수가 늘고 투자가 확대된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건 투자 효율성이다. R&D 투자액이 늘어난만큼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도록 R&D도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