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이 안 보인다.”
조영주 전 KTF 사장의 납품비리 의혹에 이어 KT와 KTF 납품업체 및 협력업체 압수수색 등 모기업 KT 남중수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통신사업자 진영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KT와 KTF의 경영 공백은 물론이고 KT·KTF에 장비와 솔루션 등을 공급하는 중견·중소 IT 기업의 경영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남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남 사장이 지휘하던 KT와 KTF 합병은 물론, 글로벌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던 KT의 미래사업전략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사업자별로 내년도 투자 계획 등 사업전략 수립에 한창 집중해야 할 시기에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 불확실성이 높아져 현재로선 어느 방향으로 계획을 세울지 막막하다”며 “자칫 투자 지연 등으로 장기적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이후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와 KT, LG파워콤이 고객 개인정보 유용으로 잇따라 영업 정지 등 타격을 입은 가운데 KT와 KTF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엔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에서 시작된 초고속인터넷 영업 정지가 KT와 LG파워콤으로 확대되는 등 한 차례 ‘학습효과’를 경험한 유·무선 통신사업자는 KTF·KT 사태가 다른 사업자로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칫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회사 명예가 실추되고 기업가치까지 훼손될 경우,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영업 정지 등 경영 공백의 후폭풍은 적지 않다는 게 SK브로드밴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초고속인터넷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 등 재제를 받은 SK브로드밴드는 영업 재개(11일)를 불과 1주일여 앞둔 지난 8월 5일 당초 최대 2조 550억원으로 잡았던 연간 매출목표를 1조 99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40일간 영업정지에 따른 영업일 수 축소와 약 30만명에 이르는 기존 고객의 이탈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KTF에 이어 KT의 경영에 공백이 발생할 경우, KT와 KTF 납품업체 및 협력업체 또한 공급 차질에 이은 매출 감소 등 심각한 경영 애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 장비업체 관계자는 “KT·KTF의 경영 공백이 중소 IT 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사실상 치명타가 될 정도로 지대하다”며 “ 불확실성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강력하게 독려하고 있는 터라 통신사업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안팎으로 배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