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데이콤·하나로텔레콤 등 통신 3사의 IPTV 상용 서비스가 임박했다. IPTV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반면에 이미 포화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쉽게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어찌됐든 이제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에 거대한 플레이어들이 경쟁자로 등장하게 됐다. 공정경쟁을 통해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이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성장하는 것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하지만 IPTV사업자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우려스럽다. 유료방송 시장에 건전한 경쟁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IPTV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KT는 메이저 PP들이 IPTV사업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에 대해 ‘SO의 발목잡기’로 규정했다. 콘텐츠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저가경쟁도 불사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유감스럽다.
케이블TV방송국과 PP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단정한 데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물론 유료방송 가입자가 가장 많은 케이블TV사업자와의 관계는 PP들에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최대의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생리상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광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 PP에 가입자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IPTV는 아직 미지(未知)의 시장이다. 현재로선 채널공급 대가가 IPTV 진출의 판단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에 목 마르다고 외쳐온 IPTV 사업자가 정작 PP들에는 콘텐츠 공급과 관련해 적극적인 구애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애꿎은 SO들을 향해 ‘발목잡기 타령’을 하는 것은 SO나 PP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상파 콘텐츠를 먼저 수급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까지 많아야 5000여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는 IPTV사업자들이 지상파방송 및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에 투자하고 나면 PP콘텐츠 사용료로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 과연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PP들은 IPTV가 새로운 콘텐츠 판매 시장이 되기 희망해 왔다. 하지만 광고 수입을 보장받을 수 없고, 저작권 획득 등 추가비용에 대한 IPTV사업자들의 구체적 제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진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신사업자들은 당초 케이블TV의 대체재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콘텐츠 차별화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밝혀 왔다.
역으로 따져 보면 고용창출 여부는 신규 콘텐츠 시장 형성에 달려 있다. 기존 케이블TV에서 성장해 온 인기 채널을 모두 갖춰놓고 시작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닌가. 서비스 내용이 동일하면 결국 가격이 경쟁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시장이라면 가격경쟁도 일정 부분 필요하겠지만 방송 콘텐츠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된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은 방송 수익의 선순환에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현재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IPTV는 그들이 주장한 고용창출과 산업유발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 또 풍선 효과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기본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출발을 PP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계 정립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IPTV는 물론이고 디지털 유료방송 매체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절로 열릴 것이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khsung@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