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복제 소프트웨어(SW)의 운명이 또 다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본지 9월10일자 참조>
1일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소니픽처스·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6개 메이저 영화사들이 DVD 복제 SW를 만든 리얼네트웍스를 제소했다. 이들은 리얼네트웍스의 복제 SW ‘리얼DVD’가 DVD의 복제방지 기술을 무력화한다면서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소송은 지난달 초 DVD 복제 SW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예상됐다. 리얼네트웍스가 DVD를 PC로 복사할 수 있는 SW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저작권 단체들은 DVD의 불법 복제를 부추기고 불법 콘텐츠 유통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영화협회 측은 “DVD를 대여해 복제하면 되는데 누가 DVD 타이틀을 사겠느냐”며 “창작 활동을 저해하는 프로그램은 즉각 판매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지난 2004년에도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2003년 미국 SW 업체인 321스튜디오가 DVD 복제 SW를 출시하자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2004년 법원은 저작권 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DVD 복제 SW는 시장서 사라졌다.
나스닥 상장 업체인 리얼네트웍스가 소송 부담에도 출시를 강행한 건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DVD복제방지협회는 DVD 타이틀을 홈 서버에 복제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제공한 칼레이드스케이프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는데 2007년 3월 법원은 ‘사적 복제’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리얼네트웍스 측은 “우리의 SW는 소비자들이 DVD를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게 하는 합법적인 제품”이라며 “영화사들이 변화를 수용하려 하지 않으려다 뒤쳐진 음반 산업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리얼DVD로 한 번 복사된 파일은 최대 5대까지 다른 PC로 옮겨 재생할 수 있는데, 이 점 때문에 영화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사적복제=개인적인 사용을 위한 복제는 허용된다는 개념.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도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