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걱정 앞서는 하이패스단말기 시장

[기자수첩] 걱정 앞서는 하이패스단말기 시장

 휴대폰을 제외하고 주목받은 소형 디지털 단말기는 어떤 것일까. MP3P, PMP, 그리고 내비게이션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단말기는? 바로 하이패스단말기다.

 하이패스단말기는 무려 1000만대라는 잠재 수요가 있다. 국내 전체 장착대상 차량 1200만대 중 불과 200만대 정도에만 하이패스단말기가 장착돼 있을 뿐이다. 1000만대, 금액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잠재 수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하이패스단말기 시장은 한국도로공사가 주도해왔다. 한국도로공사는 저가형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며 전체 시장의 40%를 장악해왔다.

 도로공사가 최근 이미 구매해놓은 임대형 단말기 재고가 소진되면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로공사의 위력에 눌려 힘겨운 경쟁을 벌여온 16개 민간 업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절대강자가 사라진 이 시장에서 이제 품질과 가격, 서비스로 승부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업체들은 벌써부터 서둘러 신제품을 준비하는가 하면 이제라도 뛰어들려는 곳도 심심찮게 보인다. 조만간 다양한 가격대에 여러 기능이 갖춘 단말기가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내비게이션이 돈이 된다니까 수많은 업체가 몰렸다. 그리고 불과 2년이 지나는 동안 출혈경쟁으로 수많은 업체가 또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하이패스단말기 업체들은 제발 내비게이션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다행히 하이패스단말기는 도로공사가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

 그래도 한 제조업체 대표가 이런 말을 할 때면 하이패스 단말기 시장 또한 암울하기만 하다. “하이패스 경쟁 심하죠. 조만간 경품 시장에 쫙 깔릴 겁니다. 신용카드 쪽도 좋고 행사에서 그냥 나눠주기도 할 테고요.”

 윤대원기자<생활산업부>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