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넷북으로 진화한다] (하)"차별화로 틈새시장 벗어나야"

 넷북이 성공한 것은 ‘틈새’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PC 보급률이 가구 기준 100%가 넘은 상황에 사용자들은 색다른 PC를 원했다. 집이나 직장에 PC를 두고 이동 중 간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PC가 필요하지만 고성능 노트북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넷북 전에도 10인치 안팎의 미니 노트북은 있었지만 작을수록 값이 비쌌다. 넷북은 이런 사용자의 요구를 읽고 휴대성과 성능·가격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막 꽃을 피운 넷북 시장은 여전히 틈새에 머물러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PC 시장은 약 450만대 수준이다. 업계는 넷북이 PC 시장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북이 정체된 PC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넷북을 출시하거나 앞으로 내놓을 제조사는 10여곳이다. 하지만 제조사마다 특색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삼성전자·LG전자·델 등 대기업까지 가세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초기 아수스·MSI 등 대만업체가 내놓은 사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세서는 인텔의 아톰 ‘N270’, 저장장치는 80Gb∼160Gb 하드디스크 또는 저용량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메모리는 1Gb 등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도 대개 비슷하다. 넷북을 살 때는 브랜드만 고르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1990년대 이후 PC산업이 조립산업으로 변하며 필연적으로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초기 넷북 개념을 소개한 인텔이 제품의 콘셉트를 한정시킨 것도 한 요인이다.

 넷북이 틈새에서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 제품 차별화가 절실하다. 비슷한 제품이 쏟아져나올 때 시장은 제조사간 가격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와이브로·HSDPA 등 통신 연결을 강화한 넷북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넷북은 인터넷 활용에 특화한 PC다. 이에 맞게 작고 가벼운 본체는 이동성을 극대화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표현명 KT 전무는 “넷북이야말로 와이브로와 가장 궁합이 맞는 기기”라며 “KT의 와이브로와 넷북이 윈윈해 서로의 시장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수스·고진샤 등이 KT와 공동 프로모션으로 와이브로 약정가입시 기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한국HP 등 다수의 PC업체가 KT와 함께 ‘와이브로 동맹군’ 발족식을 가졌다.

 향후 이들은 와이브로 모듈을 내장한 넷북을 선보일 계획이다. 빠르면 내년 6월 인텔은 와이브로 모듈을 탑재한 칩세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인텔도 KT와 PC 제조사들이 모인 와이브로 동맹군 중 하나다.

 하지만 와이브로 모듈을 탑재하면 가격·배터리 사용 시간·발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2006년 처음으로 와이브로 모듈을 탑재하고 시장에 나온 삼성전자의 ‘센스 Q35’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민택근 한국후지쯔 이사는 “인텔이 넷북에 최적화한 와이브로 모듈 칩세트를 내놓으면 넷북 시장은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넷북이 새 시장을 열기 위해 PC산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