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핵심 원천기술 부족으로 매년 막대한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는 기술 도입국이다. 최근에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줄어들지 않은 채 중국 등 후발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샌드위치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재점검하고 이를 근거로 미래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재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계에 다다른 외국기술 따라잡기와 요소투입 중심의 추격형 기술혁신 체제에서 벗어나 새 영역의 아이디어를 창출함으로써 창조형 기술혁신체제로의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신을 위한 첫걸음이 바로 정확한 기술수준 평가를 추진하는 것인데, 현시점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준 평가는 국가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는데, 그간에 해당 기술의 심층분석 없이 단지 기술전문가들의 식견에 바탕을 둔 설문조사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수준 평가는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우리나라의 수준만을 평가했고 또한 기술격차의 세부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기술의 추격 및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선정된 국가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90개 중점과학기술(364개 세부기술)의 수준 평가를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을 도입해 다음과 같이 추진하고 있다.
첫째, 해당 기술의 심층적인 사전분석을 수행했다. 대상 기술별로 정성·정량적인 기술동향 조사서를 먼저 작성했고, 논문·특허를 분석함으로써 해당기술의 국내외 수준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을 수행했다. 이상의 결과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준 평가 설문조사 시에 제공됐다.
둘째, 기존의 1회 설문조사에 그쳤던 기술수준 평가와는 달리 올해는 ‘델파이 조사’를 하고 있다. 델파이 조사는 1차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응답자에게 제시하고, 다른 응답자들이 응답한 결과를 참고해 본인의 응답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설문조사 방법이다. 특히 올해의 1차 설문조사 결과는 기술성장 곡선 모형을 활용해 각 기술의 현재 발전단계를 분석하고 향후 발전양상을 예측, 2차 설문(델파이 조사) 시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이상의 델파이조사 결과를 해당기술의 최고 전문가에게 제공함으로써 심층 인터뷰를 거쳐 해당기술의 향상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상과 같이 올해의 기술수준 평가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방법론과 어느 해보다 많은 전문가들의 참여 속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특히, 국가 차원의 전략수립을 위해 수천명의 전문가가 십시일반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의 참여의식에 큰 박수를 보낸다. 또 이렇게 체계적으로 수행된 기술수준 평가 결과가 미래 먹을거리 창출의 주요 동력인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에 연계 활용돼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바탕이 되기 바란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단장 jjlee@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