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충격이 세계 금융시장을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미국 의회가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키며 위기 진화에 나섰지만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년만에 10,000선이 무너져 심리적 충격을 더하고 있고 자금시장의 금리도 급등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요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 전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도 시장의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
◇ 진화되지 않는 금융위기 공포 =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급락세로 출발해 개장을 한지 30여분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0,000선이 무너지더니 결국 지난주 종가보다 369.88포인트(3.58%) 떨어진 9,955.50에 마감돼 2004년 10월 이후 4년만에 10,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장중에 사상 최대폭인 806포인트까지 떨어지며 9,50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폭락했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2001년 `9.11 테러` 때의 7.39%를 훨씬 웃도는 역대 최대인 9.04%의 하락률을 기록했고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도 391포인트(7.85%) 떨어진 4,589.19로 마감해 역시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급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은 풀리지 않아 전세계적인 `자금 부족`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상품의 금리를 정하는데 기준 역할을 하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이날도 급등세를 보였다.
런던은행연합회는 이날 하루짜리 달러 리보가 2.37%로 37bp 상승했다고 밝혔다. 3개월짜리 리보는 5bp 떨어진 4.29%를 보였다.
3개월짜리 유로 리보도 5.35%를 기록, 7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금시장의 금리 급등세는 서로 믿지 못하는 은행 간의 불신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현금을 쌓아두면서도 각자 살기에 바빠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돈줄이 막혔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백약이 무효`..신용위기 손실 더 늘어날듯 = 위기 확산에 미국과 유럽 정부는 유동성 공급 확대와 예금보호 조치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위기 진화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부터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해 연말까지 9천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FRB는 시중은행이 FRB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에 자금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금융위기가 유럽 금융기관으로 확대되자 잇따라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독일, 아일랜드, 그리스 등은 고객 예금보호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요동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 속에 신뢰의 상실이 지속되면서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의 원인인 미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금융기관의 신용 손실이 더 늘어나 미 정부의 7천억달러로는 부실자산 정리가 어림도 없다는 우려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전세계 금융기관의 신용위기 손실이 1조7천억달러로까지 늘어날 수 있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부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향후 18개월간 미 주택값이 추가로 15% 더 떨어질 경우 더 많은 자산상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이런 추정을 했다. 신용위기로 작년 이후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5천850억달러의 손실이나 자산상각을 했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손실 규모가 지금이 3배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뱅코BPI의 주식판매 담당 수석인 해비어 바리오는 블룸버그 통신에 "전세계 시장에서 지금 패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투자자들의 공포를 줄이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신뢰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 실물경제로 옮겨간 위기감..커지는 경기침체 우려 =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는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로 옮겨가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가 8개월만에 배럴당 80배럴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가가 급락한 것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다른 수요 감소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9월 미국의 일자리는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9월의 실업률은 6.1%로 전월과 같았지만 구직활동을 단념한 노동자를 포함한 실업률은 10.7%에서 11%로 높아져 1994년 4월 이후 1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일자리는 9개월 연속 감소해 올해 들어 사라진 일자리가 모두 76만개에 달했다.
신용위기 속에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파산도 급증, 주피터 이소스가 집계한 법원전자기록 데이터에 따르면 9월에 파산신청을 한 미 기업 수는 5천813개에 달해 1년 전보다 67%나 늘어났다.
미국의 8월 공장주문은 전월 대비 4% 떨어지며 2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에 43.5로 전달의 49.1에서 크게 떨어져 9.11 테러 후 월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 경기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소비도 위축돼 지난달 자동차 판매는 96만5천대로 15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전문가들의 다수는 보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48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2명은 미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섰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2분기에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했다.
9월 초 발표된 올 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2% 감소해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 같은 실물경제의 위기는 금융위기의 악영향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플라이즈OBC어셋매니지먼트의 에마뉴엘 수프레는 블룸버그 통신에 "지금은 마치 불이 난 것과 같다"며 "불을 5분만에 진화하기는 쉽지만 지금은 불이 난지 1시간 정도 됐기 때문에 경제전반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전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시스템에 대한 확신을 제고하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