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 수영복 제작업체 로리 콜터(Lori Coulter)의 고객들은 치수를 재느라 수선을 떨지 않는다. 재단실 내 옷감이 쌓여 있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 고객들은 분당 140회 치수를 재는 스캐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올 뿐이다. 이 치수들은 컴퓨터로 보내져 3차원(3D) 이미지로 완성되며, 컴퓨터는 각 고객의 신체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의 수영복을 제안해 준다. 로리 콜터는 “고객이 스타일과 무늬를 고르면, 3일 안에 맞춤 수영복을 입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부터 건축과 의료계 등 3D 컴퓨팅 디자인 기술이 전 산업으로 파고 들고 있다. 7일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CAD(Computer Aided Design·컴퓨팅응용디자인) 시장이 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중 절반 이상인 240억 달러가 3D CAD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및 항공 산업 등 한때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3D 컴퓨팅 기술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 3D 디자인 응용 사례= 패션 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소프트웨어는 이스라엘 업체가 만든 ‘옵티텍스(OptiTex)’다. 직물이 어떻게 걸쳐지는지 컴퓨터의 3D 마네킹 모델에 입혀 테스트해볼 수도 있고, 마네킹의 체형도 여러번 변화시켜 볼 수 있다. 디자인 시간이 최소 1주일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유행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다. 옵티텍스는 로리 콜터 이외에도 타깃(Target),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코치(Coach Leather) 등 내노라는 패션계 큰 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정형외과와 교정학 등 의료 분야에서도 3D 모델링 기술이 빠르게 확산중이다. 전세계에는 2만3000명의 치과의사들이 ‘세렉(Cerec)’이라고 불리는 3D 기술을 이용해 치아 모형을 만든다. 치아제조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에 치과 1회 방문만으로도 교정과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시로나의 존 스위니 부사장은 “그동안 보조물을 이용해 치아 모형을 뜨는 작업은 ‘3D 인트라-오럴 스캐닝’ 기술의 발달로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 분야에 3D 기술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일반 사무실에서 고층빌딩, 댐까지 정교한 3D 그래픽 기술이 숨어 있다. 특히 3D 기술 애호가인 전설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2002년 3D 건축 모델링 소프트웨어업체인 ‘게리 테크놀러지’까지 별도로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09년 라스베이거스에 개설될 초대형 건강센터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맡았다.
◇ “누구나 만드는 3D 이미지 시대로”= 저변 확대 계기는 역시 값싼 장비 덕분이다. 지난 93년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이 슈퍼컴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면서 3D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소 시스템’ ‘솔리드웍스’ ‘지멘스 솔리드 에지’ ‘오토데스크’ 등 그래픽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풍부하게 쏟아져 나오면서 3D 기술 중흥기로 접어들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보통사람(layman)’도 3D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꿈꾼다”는 말로 앞으로의 3D 기술 추이를 전망했다. 그는 최근 나온 EA의 비디오 게임 ‘스포르(Spore)’를 예로 들면서 “이 게임에서 나온 3D 괴물 이미지는 사용자가 손쉽고 간단하게 만든 것”이라면서 “앞으로 3D 기술도 이렇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C언어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밍 개발 도구인 ‘쿠다(CUDA)’를 선보이고 무료로 배포하는 등 3D 기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스캐너 업체인 TC는 지난 9월 신체 지수를 그대로 재 인터넷에서 실제와 똑같은 아바타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이 회사 역시 “내년 중 신체 스캐너(Body scanner)의 가격을 절반으로 떨어뜨리겠다”며 대중화 시대를 예고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