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IT업체는 어딜까.” 비즈니스위크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주목했다.
선의 영업 가운데 약 20%가 금융부문에서 발생할만큼 금융산업 의존도가 높아 향후 전개될 금융구조 재편과 그에 따른 고객 감소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을 반영하듯 선의 주가는 최근 한달간 15%, 올들어 56%가 하락했다.
J&W셀리그먼의 애널리스트인 수실 왜글은“선은 탁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하나의 기업으로 유지될지 의문스럽다”며 “아마도 다른 회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뱃심 두둑한 관측까지 던졌다.
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에서 선이 가진 취약한 위상을 지적하고 있다. 월가의 재편은 곧 고객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HP·IBM 등 경쟁사들과 가격 전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 또 비록 선이 2년전 조너선 슈워츠의 CEO 취임 이후 6500명의 인력감축에 나섰지만 여전히 HP·IBM보다 고비용 구조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버 영업을 촉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무상공급과 같은 대담한 조치도 취해졌다. 이 같은 노력에도 지난 분기 영업이 줄어드는 등 성장세는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2010년 중반까지 2% 미만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슈워츠는“금융 부문의 통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두 대형 고객사들의 건재함도 예로 들었다. 그는 e메일을 통해 “은행의 수가 줄어든다고 시장기회도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살아남은 적자(適者)들로 이뤄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채비를 잘 갖췄다”고 밝혔다. 선의 대주주들 역시 긍정적이다. 사우스이스턴애셋매니지먼트는 선의 늘어나는 현금유동성과 유망 신제품에 주목하고 지분을 17%까지 높였다.
비즈니스위크는 또 “선은 3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마저 부족하면 비즈니스의 일부 매각도 가능할 것”이라며 유동성 자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내부 소식통의 말은 전했다.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엘리베이션파트너스의 로저 맥나미는 “최근의 시장동요는 기존의 틀을 탈피한 사고를 요구한다”며 “향후 3개월간 주주를 달래려는 노력은 곧 ‘게임의 실패’를 뜻하는만큼 기술업체의 CEO는 주가에 휘둘리지 말고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