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금융쇼크와 IT기업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쇼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 선이 붕괴된 데 이어 유럽·아시아 증시도 맥을 못 쓰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300원을 넘어 1500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의 위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때와 다르며 정부가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금융위기가 점차 생산·소비·투자 같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전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우리로서는 실물경제 침체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는 일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은 이미 지난 9월 일자리 감소 폭이 2003년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제조업지수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로 하락했다.

 최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 에릭 슈미트 구글 CEO 같은 세계적 IT거물이 “현재의 금융위기가 걱정되지만 IT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만큼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다”고 했지만 실물경제 침체는 이들 IT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도 실물경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아일랜드와 프랑스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경기후퇴에 들어선 양상이다.

 국내도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100조원 이상 빠지고 코스피지수가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실물경제 곳곳에 이상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더구나 다음주에는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터인데 이들의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비상 시국에 우리 IT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차피 지난 1929년의 대공황에 비견되는 이번 세계적 경기침체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향후 1∼2년간은 혹독한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이겨내려면 역시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연구개발에 소홀하지 않고 인재를 소중히 여기며 착실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r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평상시 꾸준히 준비하고 훈련했기에 단 한 방의 돌팔매질로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일수록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사람이나 기업 모두 어려울 때 참모습이 나온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지만 삼성·LG전자가 진정한 글로벌기업이라면 이런 위기 정도는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느 터널이든 끝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터널 끝의 빛과 불황 뒤에 오는 호황은 아무나 누리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준비된 자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마침 정부는 어제 선진국 도약을 위한 국정과제 100개를 발표했다. 이 중에는 방송·통신 규제 완화, 문화콘텐츠 육성, 과학기술 투자 전략적 확대, 기초원천연구 진흥 같은 IT 및 과학기술 부문이 꽤 된다. 어차피 산업 분야는 IT를 제외하고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IT가 우리의 미래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위기 뒤에 오는 기회를 누리기 위해 오늘을 착실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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