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힘든 게 아닌데요, 뭐.”
최근 모 SW 벤처업체 대표에게 들은 말이다. 그는 “최근 경력을 찾다 못해 신입 5명을 뽑았다”며 “이들이 비록 경험은 없지만 능력만은 확실한 친구들”이라며 애써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발 경기 침체로 ‘힘들다’는 아우성이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안타깝게도 그 속에는 무너지는 소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중소기업 CEO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분주하게 뛰고 있다. 본인도 그렇지만 직원들을 보면 쉽게 쓰러질 수 없다는 것이다.
7일에는 의미 있는 자리가 있었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석래 회장과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중소기업중앙회를 직접 찾았다. 중기중앙회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선언식’을 위해서다. 양 단체에 따르면 전경련 수장이 이 같은 협약을 위해 직접 중기중앙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이날 “전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며 “중소기업이 잘돼야 대기업이 잘된다는 것이 제 신념”이라며 이번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흐뭇한 모습이다. 동시에 민간에서의 이번 경제상황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났다.
이에 비해 최근 정부의 행태는 정말 ‘위기를 인식하고 있나’란 의문이다. 주 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장관·위원장 모두발언만 20분이 소요됐고, 이후 비공개 간담회는 1시간 만에 끝났다. 7개 은행장과 7개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다. 간담회 브리핑 자료는 이미 준비돼 있었고 브리핑도 국감을 이유로 간단하게 끝났다. ‘생색내기’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8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 강연회에서 “미국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 충격에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수석의 이 발언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미 충격을 받을 대로 받고 있는데 청와대에 있으면 정말 모르나 봅니다.”
김준배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