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기술기업에 기술이 없다

[월요논단]기술기업에 기술이 없다

 기술에 기반한 많은 중소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글로벌화에 필요한 지적재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기술기업의 상표·실용신안·특허출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기술 분쟁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술기반 중소기업이 어느 정도 사업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때 지적재산 분쟁도 발생하곤 한다. 지적재산권 분쟁의 특허·실용신안 판례를 보면 지난 2007년 1114건으로 1999년의 325건에 비해 3.4배 늘었다. 특히 IT분야는 2007년 152건으로 1999년의 19건보다 8배로 급증했다.

 기술기반 중소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매출이 발생하고 해외로 수출해 돈 좀 벌만하면 뜻하지도 않게 특허 침해 소송을 받게 된다. 해외로부터의 소송도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 내에 지적재산관리 전문가를 두고 있지 못하다. 특허분쟁은 기술이 유사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특허와 기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면 대응하기 어렵다. 특허분쟁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판과정에서 대리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허의 유·무효, 권리범위 등을 다루는 심결취소소송(행정소송)에서는 특허·기술 전문가인 변리사의 단독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침해금지 등을 구하는 특허침해소송(민사소송)에서는 그 기술과 특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변리사의 법정변론이 제한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87조). 대다수 학자 및 변리사업계는 변리사법 제8조에 근거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송사안의 본질은 특허권의 침해 여부를 판명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이제 기업이 가진 특허와 기술을 잘 이해하는 변리사를 선임, 법정에서 직접 당사자를 대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본, 영국, 독일, 미국, 중국 등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대리하거나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갖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변리사법을 개정해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 변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일반변호사와 별도로 자격시험을 치르는 특허변호사가 있어 특허분쟁은 이들이 맡고 있다. 우리나라도 변리사법 개정을 통해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시장은 무한 경쟁이고 기술과 서비스도 세계시장의 잣대에서 경쟁하고 보호받아야만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기술기반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관리 실태는 무방비 수준이다. 기술로 먹고 살겠다고 나선 기술 기반 중소기업에 제대로 보호받는 기술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방식도 시설투자자금 지원 위주를 탈피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등록의 국제출원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의 지원 현황을 보면 2007년 기준 2148건의 신청 중 509건을 지원했고, 중소기업 전체를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총 14억원에 불과하다. 기술기반 핵심 기업군인 이노비즈 기업 수만 해도 1만3000개나 된다. 지원받는 비율이 적다 보니 신청을 아예 포기하거나 신청한 기업들도 25% 정도 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출원 가치가 있는 중소기업의 특허는 정부가 예산을 증액해 보다 많이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은 대부분 지적재산관리부서를 두고 있다. 지적재산관리에 무방비인 기술기반 중소기업을 위해 특허청 내에 중소기업전담팀을 두고 특허출원 지원부터 분쟁 해결까지 맞춤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기반 중소기업에 제대로 보호된 기술이 없는 기이한 상황을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한미숙/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헤리트 대표이사 mshan@heri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