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새로운 전기 필요한 남북관계

[통일칼럼]새로운 전기 필요한 남북관계

 미국이 20여년 만에 북한에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실시하는 등 한반도 안보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북한은 와병설이 나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50여일 만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은 신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해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경협사무소·개성공단관리위원회 정부 관계자 추방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당국자 대화 거절 같은 많은 아쉬운 일이 일어났다.

 이번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로 남북 경협을 포함해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색이 이전과 다른 데서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남북 관계가 호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즉, 과거의 남북관계 경색은 뚜렷한 사건이나 이유가 있어 발생했다. 그 때문에 경색 이유만 해소되면 남북관계도 바로 회복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경색은 북한이 신정부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 당국 간 관계단절로 나타난 것이이어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남북관계 경색은 남북경협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북한은 대남경협을 전면 중단하는 것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투자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경협업체에 과도한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3통 문제는 거론조차 못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측 인력공급 문제로 개성공단 입주를 포기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기업인 방북 제한, 개성공단 철수, 개성관광 중단 같은 최악의 경협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그런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역발상의 새로운 대북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남북관계 상황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남북한 당국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북이 먼저 고개를 숙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남북관계를 가볍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 남북경색을 누구 탓으로 돌리는 책임 논란에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지금의 사태에 적절한 대응과 타협으로 남북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우리 정부도 남북화해 제스처로 북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북이 바뀌어야 우리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선행 조건식의 대북접근’보다는 우리가 더욱 전향적으로 나서 북이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리더식의 대북접근’ 자세가 중요하다. 신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먼저 마련한 후에 북측을 설득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북의 상황, 여건을 정확히 분석·진단해 상생의 프로그램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재정립해 비핵은 6자회담 틀 내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개방이란 표현 대신 북의 현대화 혹은 국제화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경협 차원의 특사 파견도 추진해야 한다. 중국을 중재자로 내세워 남·북·중 3국이 협력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북이 희망하는 경협사업을 적절히 활용해 경협사무소를 재가동하는 등 당국 간 교류협력 채널을 복원하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개성공단 2단계 착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를 통한 육로 개통, 광물자원 개발 등 경협을 승화·발전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돼야만 한국경제의 미래도 밝다는 사실을 인지해 남북경협 프렌들리 정책과 전략을 조속히 마련함으로써 통일 경제로 가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기를 기대해 본다.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chobh21@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