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 한창이었던 지난 8월 인터넷으로 올림픽을 생중계했던 KBS와 네트워크를 제공했던 KT는 몰려드는 접속자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러나 이 이벤트의 숨은 승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였다.
KBS가 실버라이트를 채택하면서 최소 100만명 이상의 인터넷 유저가 실버라이트를 자신의 PC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구글 등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기업들 간의 플랫폼 전쟁이 국내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동영상 및 웹 유저인터페이스(UI) 표준을 장악하고 있는 어도비에 맞서 MS가 실버라이트로 맞불을 놓고 MS가 전 세계 시장에서 75% 이상을 차지하는 웹브라우저 시장에는 구글이 ‘크롬’으로 뛰어들었다.
휴대폰용 운용체계(OS)를 둘러싸고는 MS의 윈도 모바일에 맞서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선보였다.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지사들도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MS는 실버라이트를 방송사와 기업에 채택시키기 위해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메가존 등 대형 웹에이전시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기업 UI분야 국내 1위 기업인 투비소프트를 협력 상대로 끌어들였다.
이에 맞서 한국어도비시스템즈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의 TV방송에 자사 플래시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상당수 대형 포털이 플래시 기술을 적용토록 작업을 진행했다. MS가 입지가 약한 휴대폰 동영상 시장 공략을 위해 유료였던 플래시라이트를 지난 5월부터 무료로 전환하고 국내 휴대폰 기업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반면에 MS의 아성에는 구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휴대폰용 OS를 선보이고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MS의 휴대폰 OS인 윈도모바일은 개당 8∼15달러의 라이선스를 받지만 안드로이드는 무료다. 구글은 더 나아가 MS가 장악했던 웹 브라우저 시장에 ‘크롬’을 선보여 MS를 긴장시키고 있다.
비록 점유율이 1% 이하지만 MS에 필적하는 구글의 막강한 자금력을 생각하면 단기간에 승부가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업계 분석이다.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모두 특정 용도의 제품이 아니라 인터넷과 SW를 사용하기 위한 관문인 플랫폼이다.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결국 플랫폼 싸움에서 승리한 기업이 비즈니스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광고를, 어도비와 MS는 SW 판매와 직결되는 싸움이다.
박남희 한국MS 상무(개발자플랫폼 총괄사업부)는 “플랫폼 싸움의 관건은 누가 더 많은 사용자에게 어필하고 개발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실버라이트는 플래시에 비해 늦었지만 개발자 네트워크가 강한만큼 승산은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유형준기자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