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SKT)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는 게 현실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와이브로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투자 확대 및 고용 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와이브로 음성탑재가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3면
13일 KT와 SKT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KT와 SKT는 와이브로가 기본적으로 고속 데이터 전용 서비스로, 음성 서비스에 최적화된 WCDMA 및 CDMA 등 이동통신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는만큼 와이브로에 음성서비스를 추가로 결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와이브로 음성 탑재 이후 서비스 및 시장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특히 카니발라이제이션(carnivalization, 이른바 제살깎기)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KT 고위 관계자는 “와이브로 음성탑재라는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 KT 와이브로와 KTF 이동통신을 결합하면 충분하다”고 말해 사실상 와이브로 음성탑재 실천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KT(KTF)와 SKT가 제공 중인 이동통신서비스와 중복되는 음성서비스를 별도의 와이브로를 통해 제공할 때 서비스 중복 등 시장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SKT 고위 관계자도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려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며 “아직은 와이브로를 이용, 음성을 전달하기에 완벽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해 와이브로의 음성탑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KT와 SKT의 이 같은 판단에는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면 조원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전국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 막대한 투자비 부담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기존 와이브로 망을 활용해 음성서비스를 하도록 해주는 것은 결국 사업자에게 유리한 정책”이라며 “과거 사업자가 와이브로 번호부여를 요청한 바 있는만큼 정책 방향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그동안 데이터 전송만 가능했던 와이브로에 번호를 부여, 음성통화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규제 기관과 사업자 간 이해 관계와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등 규제기관(방통위)의 이상론과 사업자(KT·SKT)의 현실론 간 대척점에 오른 ‘와이브로 음성탑재’ 방향성을 향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