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미국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유동성 문제에 대처하는 전략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1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는 단 20억 달러에 불과, 자금 사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
인텔은 회사 내부 비용 지출을 줄일 계획이 없으며 연구 개발(R&D) 투자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해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자금난 우려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내부 현금 상황이 좋아 사용처를 찾는 일이 최대의 고민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MS는 그러나 최근 채용 규모 감축에 착수하는 등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 마련도 게을리 않고 있다.
휴렛패커드(HP)는 일렉트릭데이터시스템즈(EDS)와의 합병에 따른 2만5천명의 직원 감축 계획을 발표한 직후 8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침도 공개, 유동성에 별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 구글의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 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고 공표했다.
반면 오라클의 경우 주 고객인 금융기관의 잇단 파산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110억 달러의 부채가 있지만 대부분 인수.합병에 따른 것이며 13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는 최근 전세계 직원을 10%를 감축하는 계획을 내놓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베이가 비용 구조를 정비하고 가장 수익이 나는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베이는 인터넷 결제 업체인 `BILL ME LATER`를 현금 8억 달러와 스톡옵션 1억2천만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고, 덴마크 온라인 광고업체 2곳 매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디스크 드라이브ㆍ서버 제조업체인 `씨게이트`는 일련의 금융 위기가 주식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며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미 유력 IT 기업들의 경우 해외 수익 부문이 대체로 크고 현금 사정에 따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큰 기업들은 현금 문제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