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로봇전시회인 ‘로보월드 2008’이 16일 열린다. 나흘간 계속되는 이 행사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늘어난 국내외 95개 업체가 참여, 로봇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단순한 전시회나 경진대회를 넘는 비즈니스 수요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한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유명 IT전시회인 ‘컴덱스’가 비즈니스 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는 로봇 마니아의 지식과 기술을 겨루는 경진대회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1000여편 논문이 소개되는 학술대회도 함께 열린다니 더 관심이 간다.
사실 로봇은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을 기울이고 노력하면 세계강국이 될 수 있는 분야다. 얼마 전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세계 수준 로봇에서나 가능한 상·하체를 같이 움직이는 유연한 인간형 로봇 ‘마루’를 개발해 시선을 모았다. ‘마루’는 특히 두 발로 걷거나 뛰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인간형 로봇과 달리 사람 대신 노동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로봇의 본질적 목표에 맞춰 개발돼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양대도 최근 입기만 하면 평범한 사람도 초인 같은 힘을 낼 수 있는 전신 근력 지원 로봇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아직 우리가 이 분야 세계 1, 2위인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부족한 편이다. 특히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학제 간 공동연구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산업용 로봇에서 지능형 로봇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로봇산업은 시장 규모가 갈수록 급팽창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80억달러 정도였는데 오는 201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2020년에는 자동차 산업 규모를 능가하는 5000억달러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판도는 이 거대 시장을 놓고 미국과 일본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는 이 두 나라를 맹추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세계로봇 시장 점유율은 미국과 일본이 합쳐 50%에 달했으며 우리는 이들보다 한참 처지는 6%에도 미치지 못해 독일·이탈리아에 이어 5위에 그쳤다. 하지만 우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활형 로봇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청소형 로봇의 경우 미국·캐나다에 이어 지난해 세계 3위를 달성, 가능성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우리 업체들은 국내 최초의 빌딩용 청소로봇을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20종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저력을 과시한다.
무엇보다 로봇산업은 정부가 앞장서 적극 지원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 참여정부 때부터 지능형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바 있는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22개 신성장동력에도 로봇을 포함했다. 또 오는 2013년까지 세계 로봇 3대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마스터플랜까지 마련한 상태다. 이 같은 정부의 집중 지원으로 현재 로봇 기술 자체는 미국, 일본에 비해 불과 2∼3년밖에 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대로 전략을 세워 추진하면 우리도 충분히 세계적 로봇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행사가 민관이 힘을 합쳐 세계적 로봇강국으로 부상하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